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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살 재력가 사건에 민관 유착비리 악취 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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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살 재력가 사건에 민관 유착비리 악취 풀풀

입력
2014.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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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송모씨 살인교사 혐의로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어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의원은 이미 알려진 대로 송씨 소유 빌딩 일대를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데 힘써 주는 대가로 5억여원을 받았다가 일이 무산돼 금품수수 폭로 압박에 시달리자 친구 팽모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지만, 이제 관심은 송씨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 쏠리고 있다.

송씨는 1991년부터 피살 직전까지 ‘매일기록부’란 장부에 금품지출 내역을 날마다 꼼꼼히 기록해뒀다. 장부에는 1,790만원을 건넨 것으로 기록된 수도권 지검의 A부부장검사 외에도 현직 국회의원과 시ㆍ구의원, 경찰ㆍ세무ㆍ소방 공무원 등 수십명의 이름과 금품액수가 적혀 있다고 한다. 살인으로 막을 내린 송씨와 김 의원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드러났듯이, 이 장부는 지역 이권을 매개로 한 전형적 토착비리의 증거일 개연성이 짙다.

그 동안 검찰과 경찰의 대응은 수사 의지 자체를 의심케 할 만큼 황당하기 짝이 없다. 검찰은 A검사의 수천만원 수수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장부상 기록은 ‘200만원 한 번뿐’이라고 했다가 ‘두 차례 300만원’, 다시 ‘10차례 1,780만원’으로 말을 바꿨다. 송씨 유족이 장부를 제출하며 검사 관련 부분을 지운데다 경찰이 확보한 원래 장부의 사본을 감추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변명했지만, 작정하고 제 식구를 감싸려 한 게 아니라면 주요 증거물의 훼손조차 알아채지 못할 만큼 무능하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다. 경찰이 장부를 복사만 하고 뇌물공여의 공범일 수 있는 송씨 아들에게 돌려준 것이나 관련 내용을 검찰은 물론 경찰 수뇌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검찰은 뒤늦게 A검사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수사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과거 ‘떡값 검사’에 대해 대가성이 없다며 유야무야 넘어간 전례에 비춰볼 때 형사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뇌물공여자가 숨져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정ㆍ관계 수사 확대에도 소극적이다. 하지만 토착비리가 대개 일회성 뇌물보다 오랜 기간 금품과 향응 제공으로 끈끈한 관계를 구축한 뒤 필요할 때 민원을 넣는 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가성 여부에 대해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세월호 참사 직후 민관유착비리를 뿌리뽑겠다며 앞장서 칼을 빼 들었다. 그의 약속이 ‘관피아 척결’을 강조한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제 식구가 연루된 이번 사건을 더욱 철저히 수사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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