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맡겨도 금리가 1%대에 불과한 은행 정기예ㆍ적금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은행 금리가 연 10%대(외환위기) → 연 5~6%대(글로벌 금융위기) → 연 3%대(2012년) → 연 2%대(2013년 이후) 등으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1%대까지 내려앉았다. 한국은행이 내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1%대 예금’이 아예 대세로 자리잡을 수도 있는 상황. 은퇴 후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이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예ㆍ적금 금리를 적게는 0.1%포인트에서 많게는 0.6%포인트까지 줄줄이 내렸다. 이에 따라 금리가 1%대 후반까지 떨어진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일반 정기예금(이자 월지급식) 금리를 0.1%포인트 낮춰 1년제 기준 금리가 연 1.90%가 됐다. 일정 주기마다 금리가 달라지는 회전예금 ‘두루두루 정기예금’ 금리도 0.1%포인트 낮아져 1년제 기준 금리가 1.95%다. 일반 정기적금은 금리를 0.2%포인트 내리면서 1년제 우리자유적금 금리가 2.15%에서 1.95%로 낮아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1년 기준으로 2.40%를 주던 ‘e-플러스 적금’ 금리를 1.80%으로 내렸다. 여성 전용 상품인 ‘행복출산 적금’은 1년 기준으로 금리가 1.90%다. 농협은행의 일반정기예금 금리도 1년 만기에 금리를 1.95%만 주는 1%대 금리 상품이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민은행은 최근 스마트폰 예ㆍ적금 등 일부 상품의 금리를 0.1~0.2%포인트 내렸다. 1년제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만기 지급식 일반정기예금과 자유적립식 ‘프리미엄 적금’은 2.00%, 이자 월지급식 ‘20대자립 주택청약예금’은 2.05%의 금리가 적용된다. 신한은행의 ‘퇴직플랜 연금예금’은 연 2.02%의 금리를 제공한다.
모든 은행의 예금금리를 가중 평균한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69%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6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5월 기준 시중은행이 출시한 정기예금 상품의 99.1%는 1~2%대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0.9%가 3%대의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4%대 이상 상품은 지난해 3월 이후 아예 자취를 감췄다.
금리가 연 1.8%인 정기예금에 1,000만원을 넣을 경우 1년 뒤에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이자소득세(15.4%)를 제하고 15만원을 조금 넘는다. 은행에 10억원을 넣어둬 봐야 연간 1,500만원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자 수입에만 의존하는 이자 생활자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특히 소액예금 가입자를 중심으로 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며 “무엇보다 기회비용(포기해야 할 이자)이 적기 때문에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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