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희생자가 늘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1일 이집트에 도착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한 차례 휴전안을 내놨던 이집트 정부의 고위 당국자와 22일 만날 예정이어서 이번 사태에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케리 장관은 카이로에 도착 직후 이곳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 앞서 케리 장관은 “이스라엘의 자위 노력의 결과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해 과도한 군사작전을 벌이는 이스라엘을 간접으로 비판했다. 케리 장관은 이와 함께 인도 지원의 일환으로 피난시설 마련이나 식료품, 의약품 구입에 쓰도록 가자기구에 4,700만달러(48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케리 장관에게 즉시 휴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주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하마스에)큰 타격을 줬다”며 휴전을 요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폭력은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조건 없이 폭력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총장과 카이로에서 회동한 나빌 엘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하마스가 이집트의 휴전 중재안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한차례 휴전 중재안을 발표했던 이집트의 고위 당국자는 “다른 당사자들이 승인만 한다면 이집트로서는 하마스가 요구하는 조건을 더해도 상관없다”며 새 휴전안에 하마스의 요구를 반영할 뜻을 내비쳤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무조건 휴전한 뒤 협상하자는 취지의 지난 휴전안을 이스라엘 정부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받아들였지만 하마스는 거부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가자 공습과 지상작전은 21일에도 계속돼 이날 하루 팔레스타인인 50여명이 숨졌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날까지 팔레스타인측 사망자는 약 600명으로 늘었다. 가자지구 긴급구조대의 아쉬라프 알쿠드라 대변인은 이날 목숨을 잃은 희생자 중 3분의 1이 어린이들이라고 전했다. 나흘째 이어진 지상전으로 이스라엘군 사망자도 29명으로 불어났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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