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의 80%가 유명 관광지, 사전심사제도 유명무실… 낭비성 연수 지원금 환수해야
세느강유람선 탑승→노틀담ㆍ에펠탑ㆍ개선문ㆍ베르사이유궁전 탐방→성베드로성당ㆍ콜로세움ㆍ트레비 분수→두오모 성당ㆍ단테생가ㆍ두칼레 성당 탐방→수상택시ㆍ곤돌라 체험→밀라노시내 탐방→알프스 융프라우 관광
충북 충주시의회 의원들이 2011년 5월 30일부터 6월 7일까지 8박 9일 동안 서유럽 3개국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일정표다. “선진국의 공공서비스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떠난 연수가 관광지 일색으로 짜였다.
이같이 충북지역 지방의회의 해외연수가 여전히 관광성 외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발표한 ‘충북도의회와 청주ㆍ충주ㆍ제천시의회 해외연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4개 의회가 2010~2013년 4년 동안 다녀온 연수(총 40회) 일정 중 80%가 관광 일정으로 진행됐다. 기관 공식방문이나 업무 담당자와의 간담회 등 연수 목적에 부합하는 일정은 20%에 불과했다.
2013년 인도로 연수를 떠난 청주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은 관련 기관 섭외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 일정을 사르사트, 갠지스강, 타지마할, 자이푸르 등 관광지로 채웠다. 이 연수에는 1,33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이 위원회는 2011년 미국ㆍ캐나다로 연수를 갔을 때도 맨하탄, 나이아가라 폭포 등 대부분 유명 관광지만 돌아봤다.
2013년 충주시의회 총무위원회의 중국 우호도시 연수는 90% 이상이 관광지였고, 방문 목적과 연관성이 있는 일정은 간담회 및 만찬행사가 전부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외연수의 타당성을 따지는 공무국외여행심의원회는 운영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연수 목적과 일정을 심도있게 심사한 곳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방문국에 대한 기본적인 현황을 질의하거나 격려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청주시의회 공무국외여행심의위원회 회의록에는 “150만원을 자부담해서 가기 때문에 우리가 뭐라 할 얘기가 없다”며 심의위 역할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제천시의회는 6번의 연수 가운데 5번을 서면 심의로 대체했다. 충주시의회는 아예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무분별한 외유를 막기 위해 심의위는 교수ㆍ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꾸려 운영하도록 돼 있지만 전 의원, 전 공무원들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엄격한 심사에 한계를 드러냈다. 제천시의회는 현역 의원 4명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연수 보고서도 여전히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대부분이 연수국 일반현황과 관광명소 설명 등 인터넷 검색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기관방문을 통한 정책반영과 의견 등은 단 몇 줄이 고작이다. 충주시의회의 2012년 중국연수 보고서는 별도 설명없이 사진 12장으로 기록을 대신해 최악의 보고서로 평가됐다.
충북도내 지방의회는 연수 때마다 의원 1인당 200만원 내외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임기 중 도의원들은 2번, 청주시의원들은 4번의 연수를 다녀오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최진아 시민자치국장은 “지방의회 해외연수의 문제점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연수 계획을 사전에 홈페이지에 공개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낭비성 해외연수는 주민소환 등을 통해 지원예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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