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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의 길 위의 이야기] 파마하는 남자

입력
2014.07.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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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해욱
시인 신해욱

동그라미 네 개가 겹쳐 있는 로고. 검은색 아우디에 몸을 기댄 채 한 젊은 남자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유흥가의 좁은 골목이었다.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는데, 더위를 무릅쓰고 말쑥한 양복을 차려 입은 그가 머리에 분홍색 롯드를 가득 매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마를 위해 머리에 말아 올리는 손가락 크기의 원통형 플라스틱 도구 말이다. 남자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이해할 만 했다. 아무나 저 꼴로 미장원을 나서지는 못한다. 부끄러울 게 없을 듯한 아줌마들조차 최소한 보자기는 두르지 않는가. 소음 사이로 들리는 남자의 말소리는 절박했다. 몰랐어요… 안 돼요… 지금 말고 좀 있다가… 남자의 전화 내용을 놓친 건 옆에서 들린 또 다른 소리 때문이었다. 캬아아악. 목구멍에서 가래침을 끌어올리는 그 걸쭉한 소리의 주인공은 교복을 입은 예쁘장한 여학생이었다. 그 아이는 마땅히 침 뱉을 곳을 찾지 못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훔쳐보다 바로 앞의 커피숍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창 너머로 그 남자가 여전히 전화를 하고 있었고, 그 여학생은 여전히 건들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여학생은 친구를 만나 큰 길 쪽을 향하며 키득거렸고, 전화를 끊은 남자는 파마 중인 머리를 아우디의 운전대에 묻은 채 어깨를 흐느끼기 시작했다. 창유리에는 그들의 모습 위로, 실내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내 얼굴이 반사되어 있었다. 뭐라기 어려운, 멍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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