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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에 잠 잘 자려면…

입력
2014.07.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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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끄고, 침실은 캄캄하게, 기상시간은 일정하게

무더위와 함께 밤잠을 방해하는 열대야 현상까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밤에도 후텁지근한 밤공기로 인해 숙면하지 못해 밤새 고생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50분으로 가장 짧았다.

여름 열대야를 한강변 고수부지에서 보내는 시민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름 열대야를 한강변 고수부지에서 보내는 시민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면 부족 눈 건강 해쳐

잠은 보약이라는 말처럼 수면은 몸에 많은 이로움을 준다. 그만큼 수면이 부족하면 몸은 비상상태가 된다. 다른 신체기관이 그러하듯 눈도 예외가 아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눈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잠과 눈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있는데 이는 눈과 잠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한 대학병원이 초등학생 5,877명에게 눈 건강 설문 조사한 결과, 안경 착용 비율이 43.8%로 심각한 수준이다. 조사에서 평균 수면시간이 8시간 이하인 아이 중 안경 착용 비율은 58.4%인 반면, 9시간 이상 잠을 잔 아이 중 안경을 쓴 아이는 41.6%였다. 이는 수면 부족이 눈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초등학생은 과도한 학습시간과 스트레스로 적성 수면시간인 9~11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면 부족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 마크 채팅턴 박사는 미국수면학회연합회(APSS) 연례학술회의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안구의 수평운동과 핸들 조작 사이의 협력관계가 크게 떨어져 사고위험이 커진다고 발표했다. 건강한 사람 6명에게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잠 자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한 6명의 실험 참가자 모두 안구운동과 핸들조작 사이의 공조능력이 크게 떨어져 안구운동이 핸들조작에 선행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소연 누네안과병원 원장은 “눈의 피로는 모든 안질환의 가장 기본 원인이며 눈 피로를 풀어주지 않으면 결국 시력저하는 물론 눈 떨림(안건경련)이나 안구건조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녹내장 등의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열대야 숙면법?

눈은 잠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그래서 숙면방법도 눈과 관련된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침실 주변을 어둡게 하는 게 중요하다. 잠을 청할 때는 작은 불빛이라고 해도 망막에 미세한 상이 맺히게 되고 멜라토닌 분비가 멈추므로 주변이 밝은 상태에서 잠을 자면 잠도 잘 오지 않고 깊게 잠들기도 어렵다. 멜라토닌이 적당히 분비되지 않으면 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멜라토닌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오후 9시부터 침실을 어둡게 유지해야 한다. 전등을 끄고 향초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두 번째는 일찍 잠들기 보다는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맞추는 편이 규칙적인 숙면에 효과적이다. 몸은 잠드는 시간으로 기상시간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상시간에 의해 잠드는 시간이 정해지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수면을 촉진하는 멜라토닌은 아침이 가까워질수록 분비량이 줄어들다가 눈으로 햇빛을 감지하기 시작하면 급격히 줄어든다. 반대로 낯에 햇볕을 쬐는 동안 만들어진 세로토닌은 밤이 되면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으로 바뀐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 햇빛을 보고 15시간이 지난 다음부터 멜라토닌이 다시 분비돼 서서히 졸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숙면하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또한 습하고 더운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켜 놓고 잠을 청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눈에 좋지 않을뿐더러 숙면도 방해한다. 에어컨 같은 냉방기기는 공기 온도를 낮추는 것과 동시에 공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안구건조증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체내 온도조절 중추를 자극시켜 잠이 더 오지 않게 만들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밤에 에어컨을 가동할 때는 항상 적정온도에 맞춘 후 잠들기 전에는 꺼는 게 열대야를 극복하고 숙면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숙면 위한 음식으로 상추가 좋다. 상추가 잠을 유도하는 것은 상추 줄기에 담긴 우윳빛 유액의 ‘락투카리움’ 성분 때문이다. 락투카리움은 강한 쓴 맛을 내면서 진정, 최면, 진해 효과가 있어 신경을 안정시킨다.

이 누네안과병원 원장은 “잠에 좋은 상추에는 루테인이라는 눈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는 성분이 함유돼 있어 쉽게 눈이 피로한 사람에게 좋다”며 “루테인 뿐만 아니라 베타카로틴, 비타민E도 많이 들어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베타카로틴은 비타민C, E와 함께 3대 항산화 비타민으로 망막세포를 파괴하는 유해한 활성 산소를 제거해 시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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