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장관들이 휴가를 가라고 직원들의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특별휴가라고 여기면 오산이고, 당연히 가야 할 여름휴가를 제발 좀 가라고 한답니다. 휴가지에서 돈을 쓰면 내수가 살아나리란 기대가 담겨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첫 확대간부회의를 하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재충전이 필요하다. 휴가를 적절히 활용해 지치고 힘든 몸과 정신을 재충전하는 기회를 갖도록 간부들이 적극 신경 써주길 특별히 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나 틀린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휴가 일정을 아직 잡지 않았다고 하네요. 취임한 지 얼마 안됐으니 우선 눈치가 보일 것이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세법 개정안, 조직 인사 등 처리할 일이 줄줄이 잡혀있기 때문에 짬 내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죠.
그러나 직장인들이 휴가를 갈 때 애로사항으로 상사의 눈치를 꼽는 걸 감안하면, 기왕이면 최 부총리가 “나부터 휴가를 가겠다”고 선언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당장은 일이 많아 못 가더라도 조직의 수장부터 “쉴 때는 쉬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사실 기재부 간부들은 휴가를 맘놓고 쓰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오죽하면 기재부의 고위관계자가 “나도 못 가는데, 직원들한테는 가라고 재촉하니 이상하게 쳐다보더라”라고 하겠습니까.
이번처럼 내수 활성화라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기재부 공무원들은 보장된 휴가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인사고과에서 감점을 당한다고 하네요. 간부들은 거느린 직원들의 휴가 여부까지 따지니 감점비율이 더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작 휴가는 가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휴가를 간 것처럼 처리하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국가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노동의 대가인 휴가마저 즐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번에는 공문서를 위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부터 휴가를 쓰겠다고 밝힌 노대래 공정위원장(8월 4~6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8월 6~8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7월 31~8월 1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8월 6~8일) 등은 휴가만큼은 솔선수범하는 조직의 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 부총리에게 백범 김구 선생의 시구를 전해드립니다. ‘오늘 우리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후일 우리를 따르는 누군가의 이정표가 된다.’ 휴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참 그러고 보니 이 시구는 최 부총리가 확대간부회의에서 직원들에게 들려준 시구이기도 하네요.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