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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고도 더우면 네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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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고도 더우면 네가 귀신"

입력
2014.07.2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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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천의 날들이다. 도로가 이글거리고 공기가 텁텁하다. 무심한 장마는 비를 쏟지 않고 지나갈 태세다. 어느 때보다 긴 더위로 기억될 여름이다. 대지가 마르니 차가운 기운이 사무친다. 여흥으로 공포영화가 제격이다. 무더위를 날릴 공포영화 10편을 소개한다. 해가 가도, 아니 해가 갈수록 냉기를 내뿜는 수작들이다.

1973년도 작품이라고 시시할 거라는 편견은 버리는 게 좋다.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
1973년도 작품이라고 시시할 거라는 편견은 버리는 게 좋다.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

●엑소시스트(1973)

퇴마사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 악마가 몸에 깃든 소녀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신부 이야기를 다뤘다. 소녀가 두 손과 두 발로 거미처럼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쉬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뼛속까지 스미는 공포 때문에 무신론자라도 이 영화를 보면 십자가가 달리 보인다. 악마의 입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입김을 쐰 듯한 찜찜함을 던진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일생일대의 작품이다.

● 샤이닝(1980)

한 소설가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한 외딴 호텔을 겨울 내내 관리하게 된다. 고립된 상황에서 소설도 쓰고 돈도 벌겠다는 의도는 곧 악몽으로 변질된다. 주인공은 호텔 곳곳에서 유령이 출몰하는 환각에 시달린다. 절대 혼자 봐서는 안 되는 영화. 화장실이든 방이든 문 열기가 두렵다. 잭 니콜슨의 광기에 사로잡힌 연기만으로도 몸에 한기가 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명불허전의 연출력이 빛난다.

● 식스센스(1999)

국내외 수 많은 감독과 영화제작자,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반전 강박을 심어준 작품. 죽은 자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 소년의 치료를 맡은 정신과 의사의 사연이 소름 끼친다. 딱히 무서운 장면을 동원하지 않고도 반전만으로도 서늘한 공포를 안겨줄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은 이 영화 한편으로 유명 인사가 됐으나 이후 작품은 실망만 안겨주는 형국. ‘식스센스’의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일수도.

● 디 아더스(2001)

거대한 저택에 살면서 빛을 극도로 싫어하는 여성과 그의 자녀들이 주인공.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아이들을 보호하던 여성은 어느 날 집안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챈다. ‘식스센스’급은 아니어도 막판 반전이 섬찟한 느낌을 던진다. 제목이 말하는 ‘다른 사람들’은 과연 누굴일까. 스페인 영화의 신성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섬세한 연출력과 니콜 키드먼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오디션(1999)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공포영화. 조그만 광고회사를 운영하던 한 중년 남자는 오디션을 미끼로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낚아보려 한다. 자신의 계략에 걸려든 여자와 농밀한 감정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할 때쯤 남자는 오히려 오디션의 대상이 된 사람은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나 잘 짜인 이야기로 관객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여자에게 습관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남자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본 뒤 당분간 ‘헌팅’ 생각은 나지 않을 듯. 일본의 괴짜 감독으로 현재 유럽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감독이 된 미이케 다카시의 대표작이다.

● 괴물(1982)

2006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는 전혀 무관한 영화. 남극기지 대원들이 외계생물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무서운 사건들이 심장을 옥죈다. 외계생물의 실체를 볼 수 없는데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는 상황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의 공포를 전한다. 원제는 ‘The Thing’. 말 그대로 ‘(알 수 없는)어떤 무엇’인데 국내 제목은 ‘괴물’이 됐다. 공포영화의 대가 존 카펜터 감독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 장화, 홍련(2003)

한국의 전래동화를 현대식으로 풀이했다. 충무로 공포영화는 피칠갑와 비명소리에만 기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다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뒤집은 영화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아, 스포일러에 해당한다) 두 자매의 사연을 수려한 영상으로 담았다. 국내 공포영화로는 드물게 314만명이 관람했고 미국에서도 리메이크 됐다.

한국산 웰메이드 공포영화 '기담'의 한 장면.
한국산 웰메이드 공포영화 '기담'의 한 장면.

● 기담(2007)

1930년대 일제 치하 경성의 한 병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기이한 이야기의 향연. 30년대 병원 시체실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현대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보다 더 낯설어서 섬뜩한 공포를 선사한다. 연쇄살인과 자살, 일가족이 몰살한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은 소녀의 사연들을 서로 연결시키며 빚어내는 음산함이 더위를 식혀준다. 아련하고 서글프면서 무서운 영화. 정식ㆍ정범식 감독의 데뷔작.

● 링(1998)

1990년대 후반 국내 관객들을 얼린 일본 공포영화의 대표작. 텔레비전 브라운관에서 산발한 여자 귀신이 빠져 나오는 장면과 관절 꺾기 동작으로 다가서는 유령의 모습만으로도 눈이 절로 감긴다. 시청하면 일주일 뒤 죽게 된다는 공포의 비디오를 에너지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다코’라는 이름만으로도 솜털이 곤두서는 관객들이 적지 않을 듯. 감독 나카타 히데오는 이 영화 덕에 한때 흥행을 보증하는 이름으로 통했다.

● 컨저링(2013)

지난해 가을 극장가에 파란을 일으켰던 할리우드 공포영화다. 외딴 낡은 집에 이사간 한 가족이 겪는 끔찍한 경험을 옮겼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은 한동안 옆에서 누군가 갑자기 박수를 치면 심장이 오그라든다는 평이 따랐다. 국내에서 226만명이 봐 ‘식스센스’의 흥행을 뛰어넘었다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쏘우’로 데뷔한 중국계 미국 감독 제임스 완의 재능이 돋보인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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