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ㆍ국민銀 진술 절차 산적
4차 제재위도 결론 못 낼 가능성, 금감원 "8월 추가 회의도 검토"
제재 조기 종료 여전히 요원 속 일각선 중징계 의지까지 의심
"경징계 결정은 금융사 자율로" 금융위, 금감원 권환 회수 작업 나서
지난달 200명 넘는 금융사 임직원을 일거에 징계하려다가 실패한 이후 금융감독원에 불어닥친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감독 당국으로서 수장이 전면에 나서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제재”를 공언했던 터라 제재 연기로 인한 위상 실추가 컸던 것은 물론, 이후에도 감사원의 제재 보류 요청, 금융기관 로비설 등 외부 요소가 잇따라 끼어들면서 어떤 제재 결과가 나와도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제재 조기 종료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 120여명이 징계 대상에 오른 KB금융지주ㆍ국민은행 제재건은 관련자 진술 및 질의응답 절차가 여전히 산적해 24일 열리는 네 번째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위) 회의에서도 결론을 못 낼 가능성이 크다. 당초 KB금융과 같은 날 제재심위에 올랐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고,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 등은 이제 처리 일정도 가늠하기 힘들다.
이달 격주로 열리는 정기 제재심위 외에 24일 임시 회의를 편성한 금감원은 8월에도 추가 회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21일 “8월에는 제재심위 위원 및 직원 휴가를 위해 회의를 한 차례만 여는 게 관행이지만 올해는 밀린 안건이 많아 다른 달처럼 두 차례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핵심 안건이던 KB금융에 대한 징계 결정조차 거듭 미뤄지는 것에 대해 금감원은 “당사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란 원론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평소 10명 안팎에 소명 기회를 제공해온 제재심위에서 KB금융에서만 50여명이 진술에 나선 이번 징계건을 하루에 처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의 그간 입장에 비춰볼 때 진행 속도가 너무 더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로 6월26일 첫 제재심위 회의는 물론, 7월3일과 17일에 열린 회의도 오후 7~9시에 모두 끝났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월 내 징계 완료를 밀어붙였고 금감원도 대외적으로 “밤을 새워서라도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던 것과는 동떨어진 분위기다. 이런 괴리는 “금감원이 연쇄적인 금융사고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무마하려 강경 제스처를 취했다” “최 원장이 개각 시즌에 자리보전을 하려 무리수를 뒀다” 등 온갖 추측의 온상이 되고 있다.
시장은 금감원의 중징계 의지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감사원이 국민은행과 KB카드의 고객정보 이관을 적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모두 경징계로 감경될 것이란 추측까지 돌고 있다. 이런 와중에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KB금융의 내부 갈등이 재차 표면으로 분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행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마당에 누가 힘이 더 세다고 그냥 덮고 넘어갈 이슈는 아니었다”며 임 회장과의 알력설을 공식화했다. 반면 주전산기 변경 실무를 담당했던 국민은행 IT본부는 이 행장과 입장을 함께 하는 사내 감사부의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IBM에서 유닉스로의 전환을 정당화하는 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는 반(反)금감원 여론을 등에 업고 금감원의 제재 권한 일부를 회수하려는 작업에 나섰다. 지난달 금감원을 상대로 ▦금융기관 검사 계획 보고 의무화 ▦중대 문제 파악시 신속 보고 ▦금융지주 임원 문책경고 결정권 회수 등을 골자로 한 규정안 변경을 예고한 금융위는 직원 경징계 결정은 금융사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에 대한 징계 결정 등 금융사에 자율권을 대폭 주되 문제 발생시 과징금이나 형사 처벌로 강력하게 제재하는 영미식 모델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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