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성적 공개 않는 로스쿨 출신 대상, 연수원 성적 있는 사시 출신은 면제
민·형사 구분 심층 구술 평가 도입, 지원 서류에 가족정보 가려 없애
올해 처음 채용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법관 지원자들은 이틀에 걸친 필기시험을 치르고, 최종면접에서도 가족관계 정보가 완전히 차단된다. 변호사시험(변시) 성적이 공개되지 않아 집안배경ㆍ학벌ㆍ인맥이 대형로펌의 취업시장을 장악, 현대판 음서제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지적(본보 16일 1ㆍ5면)이 제기된 가운데, 법원이 앞장서 문제점 개선에 나선 것이다.
사법연수원 성적 대신할 필기시험 도입
대법원은 21일 2015년 임관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진행하는 3ㆍ4년 법조 경력 법관 임용에 3년 전 처음 배출된 로스쿨 및 변시 출신 변호사 등의 지원이 처음 가능해짐에 따라, 이들에 맞는 새로운 임용방안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변시 성적 미공개로 객관적 평가자료가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 출신에게는 실제 재판기록 형태의 필기시험인 법률서면 작성 평가를 도입한다. 대법원은 “법률서면 작성 평가는 사법연수원 성적에 준할 정도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평가시간을 대폭 확대하여 이틀에 걸쳐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시 출신은 서류와 면접, 인성평가 중심으로 뽑아왔으며 앞으로도 필기시험이 면제된다. 서류심사에 연수원 성적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연수원 성적과 필기평가를 어떻게 배점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는 시뮬레이션 등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평가로 인해 과거 연수원 성적을 통한 서열문화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대법원은 “인성ㆍ면접 평가 등도 정량평가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또 민사와 형사를 구분해 심층 구술 평가를 할 계획이다.
최종합격까지 가정배경 모르게
최종면접 이전의 모든 임용절차에서 지원자의 출신은 물론이고 이름 등 인적사항 일체를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평가를 시행한다. 지원자들은 이름 대신, 번호가 부여된다. 최종면접에서도 지원자의 가족관계에 대한 사항은 면접자료에서 삭제하여 면접위원이 알지 못하게 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원서류 자체에 지원자 가족의 직업 등에 관한 정보는 일절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주요 로펌 등에서 유력인사의 자녀들 채용에 앞장서는 등 법조채용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는데 대해 법원이 이 같은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이번 방안은 현대판 음서제에 관한 우려,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들에 대한 임용상 혜택의 우려,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 사이의 쿼터제 시행 우려 등을 불식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외에도 면접위원을 외부인사만으로 구성하는 면접을 신설하고, 인성평가를 바탕으로 집중심리검사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성ㆍ면접 평가 단계를 늘리고 강화했다.
현재 법조경력 3ㆍ4년, 5년 이상으로 이원화해 뽑고 있는 법관 임용은 2018년부터 법조 경력 5년 이상으로 일원화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새로 도입한 임용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점차 개선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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