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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학교' 변질된 자사고… 고교 서열화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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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학교' 변질된 자사고… 고교 서열화 부추겨

입력
2014.07.2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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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자사고만 일반고 전환 땐 서열화 더욱 고착화" 폐지 딜레마

서울시교육청이 사실상 자율형 사립고 폐지 수순에 들어가면서 서울지역 자사고교장연합회가 공동대응에 나서며 양측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는 자사고를 '서울형 중점학교'로 지정하고 5년간 최대 14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진은 21일 오후 올해 서울 지역 14개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 중 하나인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사실상 자율형 사립고 폐지 수순에 들어가면서 서울지역 자사고교장연합회가 공동대응에 나서며 양측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는 자사고를 '서울형 중점학교'로 지정하고 5년간 최대 14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진은 21일 오후 올해 서울 지역 14개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 중 하나인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 모습. 연합뉴스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도입 5년째를 맞은 자사고가 고교 교육 시스템에 적지않은 폐해를 가져왔다는 점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전국 49곳의 자사고가 1,500여 일반고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부각된다. 고교평준화제도가 자사고의 등장으로 유명무실해졌고, 고교서열화를 조장해 평등 교육의 가치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21일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갈등 확산에 대해 “현행 자사고 제도는 학생 수급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 과다한 수업료에 따른 귀족학교 논란, 우수학생들의 특목고ㆍ자사고 진학에 따른 일반고의 위기 가중 등 문제점이 있다”고 인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자사고가 기존 고교 체계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갖고 있다.

자사고는 고교 교육을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됐지만 귀족학교 논란, 고교 서열화 조장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귀족학교 논란은 정부가 자사고에 ‘학사 운영, 교과 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 수준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비롯됐다. 47개 자사고의 평균 등록금은 연간 400만원을 웃돌고, 일부 자사고는 학교운영지원비, 기숙사비, 급식비 등을 포함할 경우 학생 1명 당 연간 1,000만원이 넘는 학비를 내야 한다. 일반고의 1년 평균 등록금이 15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자사고는 ‘있는 집 자식’들만 다닐 수 있는 학교인 셈이다.

자사고의 등장으로 고교 체제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5년째를 맞은 자사고가 입시에서 약진하면서 올해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의 일반고 출신 입학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 신입생 중 일반고 출신은 60%에 미치지 못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교육감들이 ‘일반고 전성시대’를 외치며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것은 교육에서만큼은 균등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런데 자사고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나면서 이해 관계가 복잡해졌다. 입시전문 업체 임형론연구소의 임형론 대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모아 놓고 가르치는) 수월성교육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어서 자사고를 일거에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자사고들을 중심으로 일반고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자사고를 중심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되, 운영 성과가 나타나는 자사고는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25개 자사고 가운데 2014학년도 입학전형에서 모집인원을 모두 채운 곳은 3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22개고는 정원 미달이었다. 이는 교육 당국이 사회통합전형(옛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 지원자격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7개 자사고의 경우 일반전형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며, 이 가운데 6개 학교는 4년 연속 일반전형에서 모집정원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전면 폐지보다는 수요가 없는 자사고를 중심으로 일반고 전환을 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자사고 내부의 양극화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사고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 채 숫자만 줄어들 경우 오히려 입학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등 특권화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어느 학교는 폐지하고 어느 곳은 남길 경우 일반고 강화책이 퇴색될 수 있고, 남은 자사고만 최고 서열에 오르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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