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메라 개발 주인공 강민호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부장
“모바일 시장에서 통할 먹거리를 내놓으세요.”
명료한 지시였지만, 부담감은 상당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이미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대항할 무기 개발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회사가 이렇다 할 돌파구 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시점에 주어진 미션이었다. 지난 2011년 여름,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 테스크포스(TF)팀에 떨어진 지령은 그랬다.
“말 그대로 앞이 캄캄했죠. 시간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회사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21일 서울 서초동 SK컴즈 사옥에서 만난 강민호(42) 싸이메라 사업부장은 3년 전 기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그는 당시 SK컴즈 TF팀장으로 카메라 응용 소프트웨어(앱)인 ‘싸이메라’의 밑그림을 그린 주인공이다.
포토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앱인 싸이메라는 지난 14일, 출시 2년 4개월 만에 1억건을 돌파한 글로벌 히트 상품이다. 현재 국내 앱 시장에서 라인과 카카오톡에 뒤를 이은 3위권. 2012년 3월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 속 인물을 즉석에서 성형 수술한 것처럼 예쁘게 꾸밀 수 있는 미용 기능을 탑재해 공개했다. 공개 즉시 해외 젊은 여성층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마케팅 비용 없이 거의 소문만으로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로 큰 호응을 얻을 줄은 몰랐어요. 사실, 이 앱은 출시 직전 무산될 뻔한 상황까지 갔었으니까요.” 만감이 교차한 듯, 강 부장의 시선은 허공을 향했다. 시장동향 파악 등 기획 단계에서부터 6, 7명의 소수 인원이 반년 넘게 작은 사무실에서 2개조로 나눠 밤샘 작업을 해 싸이메라를 내놨지만 사내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이미 수많은 카메라 앱이 나온 상황에서 성공 여부가 불투명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차가운 사내평가에 싸이메라 서비스의 정식 오픈은 답보 상태에 들어갔고 출시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싸이메라에 대한 존재감은 희석되는 듯 했다.
하지만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2012년 초, 새로 임명된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소통경영 차원으로 전 사원들과 격의 없게 미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싸이메라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 강 부장은 촬영이나 편집, 공유 등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지인들과 교류하는 각각의 단계에 특화된 앱은 많지만, 싸이메라는 이런 과정을 한번에 모두 실행할 수 있는 앱이라는 강점이 갖췄다는 점을 역설했다.
“많이 망설였지만 수 개월 동안 피땀 흘려가면서 내놓은 작품을 사장시키기엔 아까운 마음에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싸이메라의 프리젠테이션을 했는데, 의외로 동료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출시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싸이메라의 상승세는 대단했다. 누적다운로드 건수는 출시된 지 9개월 만에 1,000만건을 넘어서더니 올해 1월엔 6,000만건에 이어 지난 7월14일을 기점을 마침내 1억건을 넘어섰다. 이는 카카오톡 보다 빠른 속도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진 월 평균 3,000만명 이상의 이용자 확보도 가능하다는 게 SK컴즈측의 판단이다. 페이스북이 사진과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스냅챗을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을 당시 스냅쳇의 월 평균 이용자는 2,000만명이었다.
그 만큼 현재 싸이메라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싸이메라의 다음 목표는 페이스북이다. 강 부장은 “페이스북을 넘어 세계 SNS 업계에 새로운 ‘포토 한류’를 열겠다”며 “내년에 새로운 서비스가 가미된 ‘뉴 싸이메라’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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