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쟁은 스스로에게 성전(聖戰)이기에, 성스러움이 악입니다.
-김안 ‘일요일의 혀’
김안의 시는 역?이?대우에 대한 달콤한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성스러움은 악이기에 모든 전쟁은 스스로에게 성전이다(그렇다). 모든 전쟁은 스스로에게 성전이 아니기에 성스러움은 악이 아니다(이것도 맞다). 성스러움은 악이 아니기에 모든 전쟁은 스스로에게 성전이 아니다. 이건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위의 시어 또한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한 가지 대전제를 공유해야 한다. “나에게도 적에게도 저 악에게도. 겸손한 얼굴 속에 도리어 흉물스러운 이빨이 도사”린다는 사실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미제레레’는 시민과 시인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이 논리라는 의외의 매개체 안에서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놀라운 현장이다. 논리와 철학과 문학이 뒤섞인 시인의 언어에 숨이 막힌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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