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연일 맹폭, 팔인 하루 100명 넘게 사망
나이지리아 무장괴한 습격… 이라크선 과격세력 무차별 살상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을 확대하면서 20일 최소 1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2년여 만에 다시 무장정파 하마스 ‘때려잡기’에 나선 이번 작전 이후 하루 최대 희생자다. 이스라엘은 21일 새벽까지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 인근 셰자이야에 탱크와 비행기로 폭탄을 퍼부었다.
전날에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북동부 마을 주민 40여명이 무장괴한들을 습격을 받아 숨졌다. “서구식 교육 반대”를 내세우며 나이지리아 소녀 200여명을 납치한 뒤 몸값을 요구해 유명해진 이슬람 근본주의 과격세력 보코하람의 소행으로 짐작된다. 이들의 무차별 공격에 희생된 나이지리아 주민은 최근 몇 달 사이 수백 명을 넘었다. 며칠 앞서 17일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아 격추됐다. 동남아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려던 가족 여행객 등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했다.
미군 철수 이후 치안 능력이 약해진 이라크를 파고 드는 이슬람국가(IS)는 무차별 살상으로 이름 난 과격세력이다. 같은 이슬람이지만 종파가 다른 시아파나 이라크내 기독교도들은 이들의 서슬을 피해 일찌감치 나라 안에서 피난길에 올랐다. 지난달 초 북부 모술을 장악한 이후 한 달 남짓 넓혀나간 점령지역에서 도대체 어떤 만행을 저지르는지 파악조차 어렵다. 이들이 이라크와 함께 장악하겠다고 호언하는 시리아에서는 3년 넘는 내전으로 숨진 사람이 17만명을 넘어섰다. 이중 민간인이 약 5만7,000명이고 아이들이 1만명이다.
냉전의 한가운데서 지금처럼 팔레스타인이 조용할 날 없었고 남중국해 영토분쟁이 잠잠할 만하면 터지던 1970년대 말 이후 이만큼 세계 각지에서 분쟁이 폭발한 적이 없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숨진 사람은 이스라엘인 약 20명까지 포함해 이미 500명을 훌쩍 넘었다. 예전에도 그랬듯 이스라엘이 명분으로 삼는 것은 ‘하마스 무력화’다. 공습으로 로켓탄 발사 기지를 분쇄하고, 지상군으로 하마스가 무기를 주고 받거나 테러리스트들을 내보내는 땅굴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셰자이야를 “테러의 거점”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정당성을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숨진 사람 “다수가 민간인”(유엔 관계자)이고 그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어린이들이기 때문이다. 셰자이야를 공격하기 전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향해 피하라고 경고했다는 네타냐후의 말은 구차하기 짝이 없다. 가자 해변에서 숨바꼭질 하며 놀던 아이들을 공습으로 죽여 놓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한마디 하는 이스라엘군에 전세계가 공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휴전’을 논하기에 앞서 공격을 멈춰야 한다. 이를 거부한다면 그들이 보코하람이나 IS와 다를 게 도대체 무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 긴급회의 후 양측을 향해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하고 거의 보름 만에 나온 대응은 ‘공격 중단’이 아니었다. 시리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제사회의 분쟁 대응은 여전히 늦고 무책임하다. 그 책임의 가장 큰 몫을 분쟁지역 이권에 끊임없이 개입해온 미국이 져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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