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높은 회사가 초고속 인터넷 점유율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일 김종민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초고속 재판매 시장의 SK텔레콤 지배력 전이효과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결합상품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결합상품이란 이동통신,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TV(IPTV), 인터넷전화 등을 다양하게 묶어서 판매하는 상품이다.
이는 올 2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발표한 ‘2013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를 뒤집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당시 KISDI는 이동통신 1위업체인 SK텔레콤의 결합상품 시장 점유율(45.6%)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50.3%)보다 작기 때문에 영향이 적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SK텔레콤이 2010년 3월부터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초고속 인터넷을 이동통신과 결합해 판매하면서 초고속 인터넷 시장 점유율이 급증한 점을 주목했다. SK텔레콤은 월 2만~2만5,000원의 초고속 인터넷을 이동통신과 결합하면서 8,000원을 할인해 1만2,000~1만7,000원에 판매한다.
SK텔레콤은 결합상품을 내놓은 이후 초고속 인터넷 시장 점유율이 0%에서 3년여 만인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가입자 173만명, 시장 점유율 11%를 기록했다. 이를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 점유율 15%와 합치면 SK군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 점유율은 26%로, KT(42%)에 이어 2위다.
김 교수는 SK텔레콤의 결합상품을 사실상 초고속 인터넷 지원으로 보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SK텔레콤의 가입자당 재판매 대가(72.9%)가 지나치게 높게 산정돼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초고속 인터넷에 과도하게 지원된다고 분석했다. 통신업계에서도 이를 문제 삼아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위법성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신고했다.
정부도 이 부분을 눈 여겨 보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이며 하반기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결합상품연구반을 구성해 결합상품에 따른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를 살펴볼 계획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