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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도 고정석 없어요… 열린 사무실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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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도 고정석 없어요… 열린 사무실 효율적"

입력
2014.07.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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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스마트폰·사물함 이용

결재·회의는 뻥 뚫린 협업 공간서

수직적 문화 변화… 확산 여부 주목

지난달 16일 울산혁신도시로 이주하며 공기업 최초로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한 한국동서발전 신사옥 협업공간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
지난달 16일 울산혁신도시로 이주하며 공기업 최초로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한 한국동서발전 신사옥 협업공간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

한국동서발전 박노준 토건기술팀장은 울산혁신도시 본사 9층 사무실로 출근하면 가장 먼저 락커룸으로 향한다. 직급은 부장이지만 고정석이 없어 사물함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꺼낸 뒤 업무 존(zone)의 빈 자리를 찾아 앉는다. 팀원 7명도 알아서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켠다.

업무 존 책상에는 각종 서류나 데스크톱 컴퓨터는 물론 유선 전화기도 없다. 노트북은 사내 공용서버가 제공하는 가상 데스크톱(VDI)에 접속되고 개인별로 할당된 사내 전화번호는 근거리 무선랜(와이파이)을 타고 스마트폰으로 연결된다. 결재나 팀 회의는 뻥 뚫린 협업공간에서 이뤄진다. 박 팀장은 “솔직히 팀장 자리까지 오느라 쏟은 노력이 생각나 내 자리가 없어진다는 게 섭섭하기도 했지만, 업무를 해보니 훨씬 효율적”이라며 “나보다 선배들도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기업 최초로 고정석을 없앤 동서발전의 ‘스마트 오피스(Smart Office)’가 시행 한 달을 맞았다. 사기업에 비해 보수적인 공기업 문화에 익숙했던 직원들은 이 파격적인 시도를 한 달 간 경험한 후 호평 일색이라 다른 공기업으로도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동서발전에 따르면 스마트 오피스를 밀어부친 것은 장주옥 사장이다. 한국전력 근무 시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해외 기업들에서 창의적인 업무공간을 체험한 뒤 구상을 해오다 지난달 16일 울산 신사옥 이전에 맞춰 실행에 옮겼다. 기존 사무실을 뜯어 고치려면 공사비가 만만치 않았겠지만, 새로 입주하는 건물이라 제약 없이 공간을 배치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VDI 구현이 가능했다.

신사옥 10층 건물 중 스마트 오피스는 구내식당(3층) 회의실(4층) 북카페(10층) 층을 제외한 5~9층에 구축됐다. 처장 이상 10여 명만 유리문으로 분리된 자신의 방을 가질 뿐 부장 30명을 포함해 본사 직원 270명 대다수는 업무 존을 공용으로 사용한다. 개인 물건을 보관하도록 배정된 사물함 크기는 임원 이하 모두 동일하다. 업무 존 옆에는 1인용 집중업무 존이 있고, 개인적인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전화 부스도 설치됐다.

스마트 오피스는 수직적 조직문화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부장-차장-과장-대리-직원 순서로 앉지 않고 섞여 있으니 맨 위에서 지시와 결재만 했던 부장이 직접 일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아래 직원 입장에서는 귀찮은 전화 연결이나 커피 심부름이 사라졌다. 커피 등은 다들 휴게공간에서 스스로 해결하게 됐고, 사내 전화가 개인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자 “전화 왔습니다“ “전화 좀 당겨 받아라” 같은 말은 자연히 없어졌다.

VDI로 어디서나 같은 자료를 볼 수 있어 무거운 서류 뭉치를 들고 층을 오갈 일도 거의 없다. 야근자들은 모두 6층에서 근무하도록 해 한 두 명이 남아도 밤새도록 각 층마다 전등을 다 켜놓는 비효율적인 행태도 과거가 됐다. 2011년 입사한 인재경영처 사원 정은혜씨는 “매일 자리를 옮기는 불편함보다 편리함이 훨씬 많고,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부러워한다”고 했다.

동서발전은 21일 오후 신사옥 입주식을 가진 뒤 스마트 오피스의 장점을 본격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김용기 홍보팀장은 “약 20년 만에 갖게 된 부장 명패가 사물함에서 잠자고 있지만 새 사무실에 만족한다”며 “다른 공사와 공기업, 공단 등에서도 벤치마킹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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