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만명 사로잡은 TV쇼 재조명
미디어 아트 작가 16팀 작품 소개도
백남준(1932~2006)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1월 1일 위성을 통해 전세계에 생방송된 텔레비전 쇼다. 뉴욕과 파리를 실시간으로 연결한 가운데 100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대중예술과 아방가르드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 미술, 퍼포먼스, 패션쇼, 코미디를 선보였다. 다채로운 예술이 한 화면에서 만나 펼친 이 현란한 영상 쇼는 서울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약 2,500만명이 보고 반했다.
제목에 등장한 조지 오웰은 1948년 발표한 소설 ‘1984’에서 빅 브라더가 감시하고 통제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렸지만, 백남준은 쌍방향 위성 생중계라는 열린 소통 방식을 통해 미디어의 긍정적 에너지를 보여줬다. 당시 그는 오웰에게 이런 인사를 건넸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당신을 만날 시간이에요. (중략) 빅 브라더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텔레비전은 우리의 뇌를 먹지요. 말해봐요,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죠? 여러분, 난 지금 여러분의 뇌를 먹고 있어요. 하지만 조지, 당신은 오버했던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아직도 남아 있어요. 봐요, 당신은 좀 틀렸어요.”
그로부터 30년, 이를 기념하는 특별 전시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가 경기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에서 17일 개막했다. 전세계를 무대로 펼쳐졌던 이 기념비적 쇼를 재조명하고, 백남준의 후예인 국내외 미디어 작가들이 매스미디어와 원격 통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룬 작품을 소개한다.
30년 전 쇼는 뉴욕, 파리, 서울의 여러 방송 버전과, 당시 참여한 예술가들의 퍼포먼스 영상으로 보여준다. 백남준이 생중계를 택한 것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우연성과 즉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영상에서는 그가 일부러 연출한 방송 사고와 실제 생중계에서 벌어진 통신상의 사고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직접 작성한 큐시트와 대본 등 흥미로운 자료를 함께 소개한다.
오늘의 미디어 아트로는 16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체코 출신 하룬 파로키는 도시의 감시 카메라와 각종 시설 감독용 카메라의 영상을 편집해 1920년대 고전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를 패러디했다. 영국으로 망명한 팔레스타인 작가 모나 하툼의 ‘너무나 말하고 싶다’는 불연속 화면에서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연속적인 목소리로 저항을 이야기한다. 미국 작가 질 마지드는 영국 리버풀의 감시 카메라에 잡힌 자신의 영상을 편집해 감시 시스템과 공권력을 사적인 이야기로 바꿔버렸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한다.
한편 백남준문화재단(이사장 황병기)은 자료집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30’을 발간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장면 분석, 방송 큐시트와 당시 국내외 기사, 방송 직후 백남준이 쓴 편지 등을 모았다.
오미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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