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회담 우위 점하려는 의도인 듯
북한이 지난 17일 결렬된 남북실무접촉의 전모를 공개하면서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예정대로 참가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평화공세를 지속해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되 논의과정에서 발생한 의견충돌의 책임을 우리측에 떠넘겨 후속회담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19일 실무접촉 단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남측이 터무니없이 사실을 왜곡해 모략 소동에 매달리고 있다”며 당시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담화에 따르면 북측은 17일 오전 회의에서 선수단과 응원단 각 350명이 만경봉호를 타고 인천항에 입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남측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오후 들어 태도가 돌변했다는 게 북측의 주장이다. 북한은 우리측이 트집을 잡았다며 ▦선수단과 응원단의 규모 ▦공화국기(인공기)와 통일기(한반도기) 사용 ▦응원용 깃발의 규격과 응원방식 ▦체류비용 부담 등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통일부 관계자는 “오전 회의에서는 먼저 북측의 얘기를 들은 뒤 국제관례와 규정에 따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고, 오후 회의에서 향후 예상되는 구체적 쟁점들을 하나씩 짚어나간 것”이라며 “북측이 반발하는 것은 마치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라고 말했다.
남북의 주장을 종합하면 우리측은 당초 예상을 웃도는 700명 규모의 대표단 문제를 오후 회의에서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 인원의 체류비용과 경호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측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리스트에 올라있는 만경봉호를 타고 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정부는 “아시안게임은 5ㆍ24조치의 예외”라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도발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자칫 “지나친 호의를 베풀었다”는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대회 참가를 명분으로 과도한 요구를 굽히지 않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남자축구 대표팀의 경기를 관람하면서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체육인들이 훈련에 더 박차를 가하리라는 기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신성한 체육이 불순세력의 정치적 농락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이번 주 후속회담이 열리더라도 양측의 신경전이 되풀이된다면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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