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이상 몰아서 가는 집중 휴가, 원하는 때 나눠 가는 분산 휴가 등
기업들 휴가 형태 신풍속도… 전경련 "업무 효율·내수 진작 기대"
에쓰오일에 근무하는 A차장은 지난달 부인과 함께 제주도에 4일 동안 머무른 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도 5일 동안 휴식을 취하며 모처럼 신혼 분위기를 만끽했다. A차장이 ‘장기간’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휴가를 2주 동안 얻었기 때문이다. A차장뿐 아니라 이 회사의 모든 임직원들은 연중 원하는 기간에 2주 동안 집중휴가를 간다. 연초에 전 직원이 그 해의 휴가계획서를 미리 제출할 정도로 집중휴가 제도가 정착됐다. A차장은 “윗사람들이 빠짐없이 집중휴가를 가기 때문에 상사 눈치 안 보고 장기간 쉬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여름철 1주일 정도를 휴가의 전부로 알던 직장인들의 휴가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여름철에 별도의 휴가기간을 정해서 이 기간에 임직원들이 휴가를 가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특정기간에 몰아서 장기간 휴가를 가거나 시기를 염두에 두지 않고 연중 직원들이 원하는 때에 분산해서 휴가를 가는 연중분산휴가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연중 언제나 정식휴가 나흘에 연차휴일을 더해 최소 11일 이상 쉴 수 있는 자율 휴가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 B씨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올해는 여름철 대신 10월에 휴가를 갈 계획을 세웠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B씨는 “여름에는 어디를 가든 사람구경만 하고 제대로 쉴 수가 없었는데 상대적으로 한적한 시기에 원하는 레저를 즐기면 활력이 더 많이 충전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유통업체는 직원들이 상사 눈치 보지 않고 필요한 때에 휴가를 챙길 수 있도록 팀원들의 휴가와 연차사용 실적을 해당 팀장의 고과평가에 반영하기도 한다.
이런 집중휴가 제도는 정유업계를 필두로 일부 은행과 광고기획사 등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공업과 건설회사, 유통업계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에서 집중휴가제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생산성 증대와 직원 사기진작에 도움을 줄 것이란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이종성 롯데백화점 사원복지팀장은 “휴가기간 동안 직원들이 힘든 일상을 잠시 잊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되면 휴가 이후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말에 집중됐던 연차휴가를 연중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배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상반기 연차휴가와 휴일을 합쳐 5일을 쉴 수 있는 ‘리프레쉬 휴가’ 제도를 신설했다. 대표이사부터 신입사원까지 예외 없이 적용되며, 팀장들의 휴가일정은 각 부서장들이 별도로 보고받아 임원들부터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눈치 보느라 때를 놓치고 연말에 몰렸던 연차휴가를 연중 본인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상반기 동안 직원들의 리프레쉬 휴가 참여율이 92%에 달했을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달 초 주요 대기업 12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연중분산휴가가 확대될 가능성이 엿보였다. 기업 10곳 중 7곳은 전통적인 하계휴가 방식을 택하고 있었지만 3곳은 별도기간을 두지 않고 연중휴가를 실시하고 있었다. 특히 7,8월에 집중된 휴가를 연중 분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기업의 77.5%가 찬성해 향후 직장인들의 휴가행태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은 “연중분산휴가가 확대되면 업무 효율성 증대는 물론 관광산업 활성화와 내수소비 촉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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