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산ㆍ태안 지역 재선거는 보수 후보 두 명과 진보 후보 한 명의 3파전 양상으로 치러지고 있다. 표밭 자체는 여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보수표가 분산되면서 여권 지지층의 결집 여부가 선거 판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정치 신인 새누리당 김제식 후보는 지역 인지도 측면에서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이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번’이란 표심이 가장 큰 우군이다. 특히 고령의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농촌ㆍ해안지역에서 김 후보 지지가 높다. 태안읍에 거주하는 한상진(67)씨는 “김제식이 누군지 몰라도 우리는 무조건 새누리당”이라며 “기름 유출사고 7년이 넘도록 보상이 아직 반도 안됐는데 아무래도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돼야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특히 농어촌 지역과 고령층을 공략하며 보수층 결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 이완섭 후보가 70.38%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서산시장에 당선됐고, 태안군수 역시 새누리당 한상기 후보와 보수성향 무소속 후보의 합산 득표율이 76.65%에 달하는 만큼 이 지역은 보수 색채가 뚜렷한 편이다.
하지만 서산·태안은 각종 비리와 선거법 위반 등으로 지난 8년간 시장ㆍ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만 4차례 치러지면서 선거 피로도가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젊은 패기를 앞세워 꾸준히 바닥 민심을 다져 온 새정치민주연합 조한기 후보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서산시 대산공단에 근무하는 강모(39)씨는 “비리 정치인이라면 지긋지긋하다”며 “온통 여당 판인 이 지역을 젊고 깨끗한 후보가 바꿔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조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30%대로 앞서나가고 그 뒤를 조 후보가 뒤쫓아가는 형국이지만 10%대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무소속 박태권 후보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 1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 후보와 새누리당 여론조사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과거 비리사건으로 공천이 철회된 한상율 전 국세청장을 지지하는 표심이 승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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