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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가계 부실 우려… DTI는 풀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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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가계 부실 우려… DTI는 풀지 말아야"

입력
2014.07.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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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증가율, 소득 증가율 웃돌아 총부채 규제하는 DTI 완화는 위험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기회이지만 저소득층 무리한 대출 부실화 우려

상승 기조로 방향 선회 땐 빚내서 집 투기 등 부작용 소지

정부가 부동산 대출 빗장을 풀어주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그 효과와 파급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가계부채 증가를 어디까지 용인할지, 그리고 부동산시장에 미칠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등의 쟁점을 짚어볼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소폭 풀어주더라도 총부채상환비율(DTI)만큼은 절대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들끓는다.

가계부채 증가, 어디까지 용인할까

정부는 금융기관에 상관없이 LTV를 70%로 상향 조정하고, DTI 역시 60%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은행에서 돈을 더 빌려줘 그 돈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도록 유도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정부는 한국은행을 향해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점점 높여가는 상황. LTVㆍDTI 완화에 금리까지 내려 갈 경우 가계부채는 급격히 늘어날 공산이 크다.

관건은 가계부채 증가를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작년 말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부채도 늘어난다지만 가파른 증가 속도가 문제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 이내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LG경제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부채 증가율(6.4%)이 소득 증가율(5.0%)을 웃돈다. 단지 올해 만이 아니다. 작년 1분기의 경우 가계부채 증가율(5.3%)이 소득 증가율(1.7%)의 세 배를 웃도는 등 매년 소득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 이어지는 추세다. 이러다 보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04년 122% 수준에서 2012년에는 163%까지 치솟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계 소득 증대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큰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다. 적어도 소득에서 빚 상환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규제하는 DTI만큼은 손 대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질 개선? 악화?

정부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거라고 주장한다. 은행과 비은행을 가리지 않고 LTV를 70%로 확대할 경우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오던 서민들이 은행권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비은행권에서 은행권 대출로 갈아타는 기회를 마련해 양적인 측면에서는 위험요인이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의 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 규제 완화로 고소득층이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해 경기를 활성화하면 좋지만, 자칫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결국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해 가계 붕괴와 은행 부실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고소득층이 혜택을 볼 수 있는 LTV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DTI는 풀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DTI규제를 늘리면 소득 10분위 중 하위 계층인 1~5분위 계층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저소득층의 부채가 늘어나고, LTV 규제를 완화하면 소득 5~10분위 고소득층 주택구입능력이 커져 이들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영무 연구원은 “보유자산도 많지 않고 소득도 적은 계층의 부채가 커지면 원리금 상환이 제대로 안돼 은행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 대출 규제를 소득계층별로 세분화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방향을 잡으면서 이미 부동산 가격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환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이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면 실제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율과 전국 부동산가격 상승률의 시차상관계수가 2개월 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출 증가는 2개월 정도 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일단 부동산 가격이 상승 기조로 방향을 잡는다면 LTVㆍDTI 규제 완화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 금융당국 고위관료 출신 한 인사는 “집 투기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빚 내서 집을 사겠다고 덤벼들 수 있다”며 “일단 늘려놓은 한도는 다시 줄이기도 쉽지 않고, 또 집값 하락 시 깡통주택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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