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5명 중 1명 어린이나 청소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남부 가자지구에 지상군 공격을 감행하기 하루 반나절 전인 16일 오후 4시. 가자지구 최대 중심지인 북부 가자시 서부 해안에 두 차례 폭격이 있었다. 해변을 따라 호텔이 늘어서 있는 이곳에는 이날까지 열흘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구식 로켓탄 대응을 취재하려는 외신 기자들로 제법 붐비고 있었다.
당연히 기자들의 눈에 폭격 장면이 포착됐다. 첫 번째 폭탄은 해안에 있던 작은 창고를 명중시켰다. 창고 뒤에는 사촌들과 함께 해변에 나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던 무함마드(12)가 숨어 있었다. 무함마드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놀란 아이들이 폭탄이 떨어진 무함마드쪽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두 번째 폭탄이 떨어졌다. 아헤드(9) 자카리아(9) 이스마인(11)이 한꺼번에 꼬꾸라져 목숨을 잃었다.
계속된 공습 때문에 바깥에 나가 놀지 말라는 주의령은 며칠 전부터 내려져 있었다. 하지만 가난한 팔레스타인 어부 집안의 열 살 전후 남자 아이들을 별스런 놀잇감도 없는 좁은 집안에 가둬둘 재주가 있을까. 바깥에 나가 놀아 보자고 눈빛을 맞춘 아이들은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날고 있었지만 그저 잠시 동안만이라도 ‘여기는 전쟁터가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참사 직후 현장을 담은 사진 한 장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곱슬한 검은 머리의 아이가 얼굴을 모래사장에 박은 채 엎드려 누워 있다. 그런데 두 다리가 제 각각이다. 부상당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좀더 나이든 아이를 안고 두려움에 가득 찬 한 팔레스타인인이 현장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아이들 놀이터였던 해변은 참극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맑은 날 해지는 수평선이 황홀하게 아름다운 지중해만 여전히 푸르렀다.
주민들은 최초 공격은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무인기 공격으로 보이고 두 번째는 쾅하는 소리가 난 것으로 봐 전투기가 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이스라엘군은 공격을 인정하면서도 “하마스 전투원을 표적으로 한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피해가 있었다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한 게 전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번 충돌은 아이들의 죽음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베들레헴 인근 유대인정착촌에서 이스라엘 10대 3명이 실종된 뒤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며칠 뒤 이번에는 동예루살렘 이슬람사원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팔레스타인 10대가 납치돼 인근 숲으로 끌려간 뒤 두드려 맞고 산 채로 불태워졌다.
19일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의 희생자는 340명을 넘어섰다. 이 숫자는 탱크와 자주포를 앞세운 이스라엘의 지상작전 이후 급격히 늘었다. 지상작전이 시작되고 이틀 동안 숨진 사람이 100명을 넘는다. 지금까지 숨진 팔레스타인인의 80%는 민간인이고, 희생된 민간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어린이나 청소년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상작전 중 사망자에 대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군 복장을 하고 땅굴을 통해 이스라엘 영토에 침입했으며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에 진입한 이스라엘군은 현재 불도저 등을 동원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땅굴을 탐색·파괴하고 있다. 최대 깊이 30m에 이르는 이 땅굴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위해 비밀리에 판 것이며 현재까지 12개 이상을 파괴했다고 이스라엘은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