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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의 길 위의 이야기]땀이 고프다

입력
2014.07.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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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호텔에서 스파 무료이용권을 받았다. 스파? 해변에 나가 물놀이를 해도 시원찮은 뜨거운 날씨에? 뜨악했다. 한편으론 뻘쭘하기도 했다. 머리가 큰 후로는 공중목욕탕에 가 본 적이 없다. 그 흔한 찜질방도 딱 한 번 들러보았을 뿐인데, 그조차 밤늦게 갈 데가 없어 잠시 눈을 붙일 곳이 필요했을 따름이었다. 어쨌건 공짜라니 수건과 세면도구를 챙겨 들고 탕으로 향했다. 욕조에 몸을 담갔다. 열이 올라온다. 심호흡을 한다.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서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 오래 전 기억이 새로워진다. 맞아, 이래서 공중목욕탕에 진저리를 쳤었지. 벗은 몸을 훔쳐보지 않는 게 예의라는 걸 알지만, 남들은 욕조 속에서 얼마나 버티나 자꾸 흘낏거린다. 사우나에서 땀을 쫙 빼고 나오면 가뿐하고 시원하다고들 하던데 그런 느낌은 언제쯤 오는 걸까. 나와는 영 인연이 없는 느낌일까. 실은 땀이 잘 나지 않는다. 개의 유전자라도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한여름이 되면 땀에 푹 젖은 친구들이 종종 부럽다는 말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소리다. 이렇게 더워도 터질 듯 얼굴만 시뻘겋게 달아오를 뿐 열기가 몸 안에 그대로 갇혀 아우성친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순간만이 아니라 힘껏 달리기를 한 후에도 땀이 체온을 식혀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것도 일종의 결핍이라 하면 과장이려나. 여름을 맹렬히 살고 있다는 벅찬 감각, 그 징표가 바로 땀일 텐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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