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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피격, 유엔차원 국제조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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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피격, 유엔차원 국제조사 가능할까

입력
2014.07.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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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한 구조대원이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 여객기가 러시아제 미사일에 피격돼 추락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그라보보 마을 인근의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검게 그을린 채 산산조각난 기체가 사고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라보보=로이터연합뉴스
17일 오후 한 구조대원이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 여객기가 러시아제 미사일에 피격돼 추락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그라보보 마을 인근의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검게 그을린 채 산산조각난 기체가 사고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라보보=로이터연합뉴스

추락 현장 접근 제약… 진상 규명 난항 예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피격돼 추락한 사건과 관련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차원의 국제 조사에 힘을 실어준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에 따르면 남미 국가를 방문 중인 시 주석은 1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함께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최대한 빨리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관련 소식을 듣고) 경악했다”는 표현으로 민항기 피격에 대한 분노를 표시한 뒤 “피해자들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그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전날 친강(秦剛)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즉각 발표하고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MH-17편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추락해 파손된 소식을 접하고 우리는 경악했다”며 조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 바 있다.

유엔 ‘객관적 국제조사’ 촉구

시 주석 발언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긴급회의를 열어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국제 조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누가 항공기를 격추시켰는지 규명키 위해 객관적이고 충분하며 철저한 국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누가 여객기를 격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안보리 이사국들간 입장이 갈렸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친(親) 러시아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 쪽을 겨냥했다. 특히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의 분리주의자 점령 지역에서 운용된 지대공미사일 SA-11에 의해 격추된 것 같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피격과 관련해 미국의 고위 관료가 공식 입장을 낸 것은 파워 대사가 처음이다.

이에 맞서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파워 대사의 주장을 일축한 뒤 우크라이나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추르킨 대사는 “비행금지구역으로의 항공기 비행을 허락한 우크라이나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국제사회의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면서 “경악할만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서의 무력 대결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반 총장은 "끔찍한 이번 비극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책임자는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 미사일 확인돼도 반군 소행 단정 못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사가 시작됐으나 추락 현장을 장악한 우크라이나 반군의 제약 등으로 현장 접근조차 쉽지 않아 진상 규명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절단 30명은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피격 여객기 추락 현장을 방문했지만 제대로 조사는 하지 못했다. 토머스 그레밍거 OSCE 상임위원장은 “사절단이 예상했던 접근권을 갖지 못했다”면서 “조사에 필요한 이동의 자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사절단의 우크라이나인 구성원 2명이 길가의 기체 파편을 들여다보려 하자 반군이 경고 사격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추락 현장이 보전조치 없이 방치돼 있어 증거 훼손 위험도 큰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이미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 연방수사국(FBI) 재직 당시 다수의 국제조사에 참여했었던 론 호스코는 로이터통신에 “잔해 주변 보호구역 설정이 지체되면 가해자 쪽이 현장을 훼손해 사건을 규명하지 못할 수 있다”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반군 간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제 부크(Buk) 미사일이 사용됐다는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발사 주체를 가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히 배치하고 있는 부크 미사일 시스템의 사용만으로 친러시아 반군 소행을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성 사진 등 구체적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외로 블랙박스에 별 정보가 없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객기가 부크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라면 조종사가 미사일 접근을 목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블랙박스에 조종석의 대응 조치가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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