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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어떤 영화를 볼까

입력
2014.07.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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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다. 황금시장의 개장을 앞두고 극장가는 숨을 죽이는 모양새다. 다음주 ‘군도: 민란의 시대’의 개봉(30일)을 시작으로 충무로 블록버스터 4편의 여름 혈전이 펼쳐진다. 대전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이번 주 개봉작은 크고 화려한 영화들이 아니다. 작고 개성 넘치는 영화들이 스크린을 찾는다. 아무래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이번 주말에도 극장가의 최강자로 군림할 듯하다.

‘지존파’ 사건으로 영화의 서두를 장식한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 사진은 지존파 조직원들이 현장검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지존파’ 사건으로 영화의 서두를 장식한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 사진은 지존파 조직원들이 현장검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작지만 알찬 개봉작들의 선두주자는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감독 정윤석)다. 1990년대 한국사회의 괴기스러웠던 사건 사고를 되돌아본다. ‘지존파’사건이 영화의 서두를 장식한다. 부자들에 대한 무한한 증오를 묻지마 살인과 식인으로 연결시켰던 지존파 조직원들은 1990년대 한국사회의 병리를 상징한다. 자본주의의 꼭지점에 올라서면서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청춘들의 분노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표출됐는지 영화는 보여준다.

영화는 돈에 대한 맹목으로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지존파의 행동을 삼풍백화점 붕괴를 자초한 자본가의 탐욕과 병치한다. 10억원을 벌기 위해 6명을 살해한 범죄자들과 1조원을 모으기 위한 탐욕으로 건물 안전을 소홀히했던 삼풍백화점의 소유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논리를 펼친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영화는 아랑곳하지 않게 직진하듯 두 사건에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까지 포갠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부도덕한 자본가에게는 7년 징역형이 부과된다. 지존파 조직원들은 사형으로 삶을 마감한다. 영화는 마치 세 사건의 관련자들이 엇비슷한 죄를 저질렀음에도 각기 전혀 다른 형벌을 받았다며 법적 형평성에 대한 의문도 간접적으로 제기한다. 위험천만의 단순 논리다.

영화의 미덕은 뿌리까지 썩은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을 끈질기게 들추는데 있다. “부자를 죽이지 못해 분하다”는 20대 살인마의 철 없는 발언은 너덜너덜해진 삼풍백화점 건물과 성수대교의 처참한 모습과 공명하며 지옥도가 일상이 된 한국사회를 고발한다. 20년 전 사회를 뒤 흔든 사건 사고를 겪고도 우리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과연 보냈냐고 반문하는 듯하다. 지존파 사건을 겪으며 사회 각계 인사들은 텔레비전에 등장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도덕을 재무장하고 사회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지난 4월 세월호 대참사를 목도했기에 더욱 공허하기만 하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한국사회의 쉬 해결되지 않는, 묵은 고민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 '좋은 친구들' 한 장면.
영화 '좋은 친구들' 한 장면.

지난주 개봉해 흥행전선에서 고전하고 있는 ‘좋은 친구들’의 관람을 재차 권한다. 친구를 도우려다 곤경에 처한 인물들이 빚어내는 파국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프란시스 하’와 ‘땡스 포 쉐어링’은 삶을 한번씩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프란시스 하’는 뉴욕을 배경으로 젊음이 얼마나 값진 재산인지를 확인시켜준다. ‘땡스 포 쉐어링’은 각자 허점을 지닌 남녀가 서로의 허물을 덮으며 사랑을 맺어가는 과정을 웃음과 함께 전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영화 '프란시스 하' 한 장면
영화 '프란시스 하' 한 장면
영화 '땡스 포 쉐어링' 한 장면.
영화 '땡스 포 쉐어링'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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