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결성되며 합종연횡 활발
비용절감 나선 국내사 여전히 적자
국내 해운업체들은 국제 운임 회복세가 기대보다 더뎌지는데다, 초대형 국제 해운동맹 결성이 활발해지면서 좀처럼 폭풍우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계 3대 해운사 연합체인 ‘P3 네트워크’ 설립이 불발로 그치며 한숨은 돌렸지만 그에 버금가는 합종연횡이 활발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다르면 선복량(TEU) 기준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2위인 스위스 MSC가 최근 아시아-유럽 항로와 태평양항로에서 10년 동안 선박공유협정을 체결함으로써 ‘2M’을 결성했다. P3 네트워크에 속했던 프랑스의 CMA-CGM는 빠졌지만 1, 2위 업체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덩치를 키워 다른 업체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현재 세계 20대 해운업체들은 기존의 G6 및 CKYHE 얼라이언스에 2M을 중심으로 한 3대 얼라이언스로 재편돼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TEU 기준 3대 얼라이언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0%를 훌쩍 넘는다. 물론 3위 업체인 CMA-CGM의 행보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당분간은 3파전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15위)이 포함된 G6에는 6위인 독일 하팍로이드를 비롯해 9, 10, 11, 13위 업체가 연합군을 형성하고 있다. 한진해운(8위)이 속한 CKYHE에는 대만 에버그린(4위)를 비롯해 5, 14, 16위 업체가 포진해 있다. 규모로 보면 2M이 518만 TEU에 1,070척의 선박을, G6는 326만 TEU에 629척, CKYHE는 301만 TEU에 607척을 보유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노선 배분과 비용 절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빅2’ 업체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비용절감을 통해 실적이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한진해운은 올해 1분기 622억원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991억원 적자)보다 적자폭을 줄이는데 만족했고, 현대상선도 손실을 지난해 1분기 1,280억원에서 올해는 670억원으로 줄이는데 그쳤다. 다만 한진그룹이 에쓰오일 지분매각을 통해 2조원을 확보했고, 현대그룹도 지난 6개월간 2조원 이상의 지분과 자산을 팔아 치우는 등 모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전세계 해운업계가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무한경쟁 체제로 접어든데다 운임료도 최근 5년간 큰 변동이 없어 국내 해운사의 수익성이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물경기 회복의 가늠자로 평가 받는 컨테이너 용선지수(HRCI)는 지난달 539를 기록해 완만하게 상승 중이지만 2010년 이후 500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했기 때문에 별로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국내 해운회사들이 자산매각에 치중하고 있어, 향후 호황이 찾아왔을 때 기회를 극대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지금 같은 시기에 투자를 해야 저렴한 가격에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 국내 해운사들은 투자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을 돌파할 뚜렷한 전략이 없어 운임이 오르기만을 기대하고 있다”며 “강한 놈이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티는 놈이 강한 형국”이라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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