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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입력
2014.07.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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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을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겁니다.” 1990년대 후반 베이징 남북학술회의에서 만난 북한측 인사는 왜 중국처럼 개혁ㆍ개방을 하지 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반박했다.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 차관을 들여와 경제개발을 하고 싶어도 미국이 빗장(경제제재)을 지르고 있어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두 달 뒤인 2000년 8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가입신청을 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 ADB는 1966년 동아시아지역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주도로 설립됐다. 1965년 들어 베트남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던 린든 존슨 미 대통령이 그 해 4월 동남아 개발을 위한 지역협력체제 구축을 제창한 것이 모태다. 이 지역에서 중국의 진출을 경제적으로 저지하는 공산주의 봉쇄전략의 일환이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67개 회원국을 거느린 ADB는 미국과 일본이 최대 주주(각각 15.61%)다. 총재는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일본인이 맡고 있다. 1986년 가입한 중국은 지분이 6.44%로 3위다. 2000년대 들어 국제개발기구에서 자본금을 더 낼 테니 지분을 늘려달라고 해도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 이에 불만을 품은 중국이 지난해부터 ADB에 대항한 AIIB설립에 나섰다. 브릭스를 앞세워 세계은행을 대체할 신개발은행(NDB)을 2016년에 출범시키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내년에 설립될 AIIB는 지난달까지 아시아ㆍ중동 22개국과 협의, 이 중 10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라이벌인 인도도 적극 참여를 검토 중이다. 중국은 자본금 1,000억달러 가운데 최소 50%이상을 납입,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에게 AIIB 참여를 공식 제안한 이후 신중론과 적극론이 엇갈린다. 미국은 동참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면서 중국 주도의 신질서 구축에 가담하는 건 위험하다는 주장과 향후 중국의 경제적 패권이 불가피한 만큼 AIIB에 가입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견해가 맞선다. 북한의 인프라 개발과 천문학적 통일비용 등을 감안하면 미국을 설득하면서, 우리가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도로 참여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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