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80 스위트룸 등장
거실ㆍ샤워실ㆍ침실까지 갖춰, 완전히 눕는 좌석 확산 추세
일반석은 더 답답해져
두줄 통로를 한줄로 줄이고 입석 방식 안장 좌석도 고안
정신병원이나 교도소 등 구조적으로 차별이 불가피한 경우를 빼면,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에 대한 대우가 가장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곳은 어딜까. 극장이나 경기장의 1등석이나 고급 호텔의 펜트하우스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올해 11월부터는 단연 중동 아부다비 에티하드 항공사의 런던행 A380 비행기가 될 전망이다.
18일 외신에 따르면 이 항공사는 유럽 에어버스로부터 구입한 현존 여객기 중 가장 비싸고 큰 A380 내부에 방이 3개나 딸린 스위트 룸을 만들고 있다. 스위트 룸은 사무실 겸 거실, 샤워실, 침실로 구성되며 전용 집사와 요리사가 배치된다. 스위트 룸을 이용할 수 있는 항공티켓 가격은 일반석 요금의 약 20배인 4만달러(4,000만원)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 고객을 겨냥한 기내 서비스 고급화는 세계적 추세다. 우리나라 국적기인 대한항공 역시 최근 도입한 A380을 내부를 개조하면서, 세계 최초로 2층 전체를 프레스티지 클래스 전용으로 꾸미고 있다. 이렇게 되면 2층 티켓을 산 94명 승객 전원은 완전히 눕는 것이 가능한 명품 좌석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이 공간에는 전문 바텐더 교육을 받은 승무원이 서비스하는 ‘바 라운지’도 설치된다.
유럽 KLM항공도 한국 인천공항-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노선 비행기에 승객이 완전히 누울 수 있는 ‘풀 플랫’(full-flat) 침대형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도입했다. 좌석 길이는 2.07m이며 대형 개인 모니터도 함께 제공된다. KLM의 새 좌석을 비롯해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은 네덜란드 출신 유명 디자이너 헬라 용에리위스가 맡았다.
에어프랑스도 ‘코쿤(cocoon)’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내놓았는데, 2016년 여름까지 장거리 비행용 보잉 777기종 44대의 비즈니스 좌석(2,102석) 전부를 ‘코쿤’으로 바꿀 계획이다.
세계 항공업계에 고급화 바람이 부는 이유는 뭘까. 중동 지역 항공사들이 선제적으로 고급화 경쟁에 불을 지핀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너무 비싼 서비스 때문에 항공사가 손해를 볼 것 같지만, 고급 서비스에 맞춰 인상된 비싼 항공료를 기꺼이 지불할 고객이 줄을 서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어프랑스와 LLM은 좌석 교체에만 10억유로(1조5,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국제선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을 늘리고 있는 델타 항공사의 에드워드 바스티안 회장은 “항공 산업 전체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이것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좁은 공간에 더욱 많은 사람을 싣기 위해 이미 충분히 좁아진 일반석은 앞으로도 더욱 답답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A380을 만든 에어버스는 아예 입석 방식의 공간 배치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개발, 특허 출원을 마쳤다. 일반석에 지금처럼 의자 대신 자전거 안장과 신형 좌석을 설치하는 방법인데, 이렇게 되면 다리를 펼 수 있는 공간(leg room)을 기존 30인치(76.2㎝)에서 23인치(58.3㎝)로 20% 가량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확보된 공간에는 당연히 그만큼 많은 승객이 탈 수 있게 된다. 에어버스 역시 ‘안장 좌석’으로 불리는 새로운 시스템이 단시간 비행에 좀 더 많은 승객들을 실을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에어버스는 안장 좌석을 고안한 게 돈을 벌기 위한 의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회사 메리 안나 그렉진 대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제시한 개념이 더 극단적 방법으로 실용화되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상업 항공사가 우리 특허와 연관되거나 유사한 특허를 냈을 때를 대비해 우리 특허를 보호하려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한 두 시간 정도 되는 단거리 비행 이외에는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과거 두 줄 이었던 통로를 단일 통로로 줄이고, 짐칸 역시 구조적으로 더욱 축소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다리를 펼칠 수 있는 공간 등이 줄어들어 일반석 승객들은 불편을 느낄 수 밖에 없지만, 운임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항공기 제작업체와 항공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유럽 에어버스와 미국 보잉사는 항공업체의 요구에 따라 ‘좁지만, 많이 태울 수 있는’ 단일 통로 비행기를 속속 개발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넓은 기내를 가진 기존 항공기들에 필적할만한 240석 규모의 최신형 A321 기를 발표했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단일통로 비행기들의 판매량은 앞으로 20년 뒤, 신규 항공기 판매의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잉사 역시 2032년까지 생산할 3만5,000대 여객기 가운데 2만5,000대가 단일통로 형태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공기 제작 회사들은 이 밖에도 항공기의 문 크기를 더 확장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응급상황 시 대피를 위한 것이고, 탑승객 수에 관계없이 탑승객 모두가 응급 상황 시, 90초 이내에 선체를 탈출해야 하는 법규를 지키기 위함이다.
박경균 인턴기자(서울시립대 영어영문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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