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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정성근 두 후보자를 한꺼번에 날린 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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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정성근 두 후보자를 한꺼번에 날린 관록

입력
2014.07.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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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 의원
유인태 의원

국회 인사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 공격수 역은 대개 야당 초선 의원의 몫이다. 초선 특유의 열정에다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 후보자 중 김명수ㆍ정성근 두 후보자를 한꺼번에 ‘날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박홍근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결정적 한방’은 예상치 못한 쪽에서 터져 나왔다. 노무현정부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3선의 중진 유인태(66) 의원이었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과 녹취록을 통해 정성근 후보자의 아파트 불법 전매 의혹과 관련한 거짓말을 들춰낸 것이다.

정 후보자의 위증 논란은 돌아보면 이번 인사청문회 정국의 향방을 가른 분수령이었다. 일찌감치 낙마 대상에 올랐던 김 후보자만 지명철회해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정국을 주도하려던 여권은 정 후보자의 위증 논란이 돌출하면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명분도 실리도 놓치고 말았다.

청문회 정국의 물꼬를 바꾼 유 의원의 결정타에 대해 “역시 관록이 무섭다”는 얘기가 나왔다. 잔 펀치를 날리는 초선과 달리, 맥을 짚는 중진의 묵직한 한방이 빛났다는 평가다. 17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유 의원은 그러나“소 뒷걸음 치다 걸린 거지 뭐”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_ 녹취록 공개로 반나절 만에 거짓말을 인정했다.

“정 후보자가 잘못을 솔직하게 밝히고 사과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서면 답변서에도 거짓말을 했다.‘오래돼 기억을 못했다’고 해명했는데, 아파트를 사고 판 것도 기억 못하는 사람이 무슨 앵커고 기자란 말인가. 대충 넘어갈 수 없다고 봤다.”

_ 아파트 불법 전매 사실을 밝혀내자 문화부 관계자들도 당황해 했다고 한다.

“등기소에 남아있는 기록들을 모두 다 살펴봤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 보좌관들이 발품을 많이 팔았다. 정 후보자에게서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의 첫 마디가 ‘정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였다.”

갓 여의도를 출입하는 이들에겐 유 의원의 활약이 뜻밖일지도 모른다. 공개 석상에서 자주 조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인데, 기실 그의 ‘졸음증 에피소드’는 여의도의 전설로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정무수석 당시 노 전 대통령 앞에서 졸기 일쑤였고, 중대 발표에 배석할 때도 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더 유명한 일화는 유 의원이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는 순간, 방청석에 있던 그의 모친이 졸고 있었다는 얘기다. 모전자전(母傳子傳)의 졸음 내력인 것이다.

그러나 유 의원을 가까이 지켜본 의원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야당의 한 초선 의원은“상임위 때마다 눈을 감고 있어서 졸고 계신 줄 알았는데, 눈을 떠 한마디 하면 상황을 다 파악한 얘기다”라며 “눈을 감고 있어도 회의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꾸벅꾸벅 조는 것 같았는데, 회의를 직접 다 진행해 신기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 받고 4년 넘게 옥살이를 했던 유 의원은 그 이후의 삶을 ‘덤으로 사는 인생’이란 말을 자주 한다. 욕심 없이 살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덤으로 사는’ 그의 눈엔 요즘 정치권의 풍경이 못내 아쉽다. “당내에서도 자기 욕심만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저만 스포트라이트 받으려고 튀는 사람들, 그들이 당의 신뢰를 까먹고 있다. 자기 욕심만 챙기려 하면 그 공동체는 파괴된다. 욕심이 과한 사람들 꼴을 보기 싫어서 자주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들으면 세상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린다.”

■유인태 의원은

서울대 68학번으로 입학해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4년5개월간 복역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당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2003년 노무현 정부 첫 정무수석을 지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해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인재영입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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