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박사 '문화 팬덤 스포츠' 펴내
한국 프로스포츠의 비약적인 성장과 비례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하나의 거대한 집단을 이루고 있다. 이들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특정 구단에 뿌리를 두고 대집단을 형성한다. 이른바 팬덤(Fandom)현상이다. 팬덤은 원래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광신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을 의미하지만 스포츠와 결합해선 건전한 여가문화로 자리잡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올해로 33세가 된 프로야구는 2012년 7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문화 팬덤 스포츠’(도서출판 그린)는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야구의 기술적 이해와 구분되는 야구를 둘러싼 배경과 역사, 즐기는 팬들의 변화하는 성향, 승부를 떠나 팬들 사이에서 형성된 새로운 프로야구의 문화를 담았다. 저자 이연희 박사는 이를 총 13장에 걸쳐 꼼꼼하게 짚었다.
최근의 야구 관중 문화는 1980~90년대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연고주의나 지역감정이 깨끗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과격한 폭력 행동이나 집단 난투극과 같은 행동들은 많이 사라졌다. 책은 이 현상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프로야구 팬덤 문화의 수준이 맞물려 정화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이유도 ‘여가놀이’로 해석했다. 책은 통계를 제시하며 경기장 방문 목적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2010년 4월 조사 결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36.5%) 또는 ‘특정 선수를 직접 보기 위해’(26.4%) 항목이 주를 이뤘지만 10월 조사 땐 ‘야구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40%) 항목이 1위를 차지했다.
팬들의 충성도는 다양한 소비 행위로 이뤄져 구단 재정도 살 찌운다. 구단들 또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한다. 예전에는 없었던 여성 유니폼이 요즘에는 따로 있다. 만약 남성 팬들만 고려했다면 오늘날 같은 성공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책은 2004년을 시작으로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 국민들이 스포츠 관람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실 또한 전했다. “여가 활동 중 하나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됐고, 과거처럼 승패에만 집착하는 것과 달리 점점 야구는 즐겁고 흥미로운 것, 공원에 소풍을 온 것과 같은 인식이 자리를 잡게 됐다. 이렇게 야구 경기는 그 자체를 즐기는 여가 문화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고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점차 일어나고 있다.”(312쪽)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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