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시장 안드로이드 혈맹
삼성의 자체 OS 개발에 불만 표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만났는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던 것으로 전해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글과 삼성전자는 애플에 맞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연합 전선의 혈맹 관계였다. 각각 소프트웨어(안드로이드)와 하드웨어(스마트폰 및 태블릿PC) 분야를 맡아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세계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자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 진영을 압도했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의 새로운 시장이 웨어러블(착용형) 위주로 접어들면서 미묘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는 것.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더 인포메이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래리 페이지 CEO는 이 부회장에게 안드로이드 보다 삼성전자의 자체 OS인 타이젠 기반의 스마트워치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구글 보다 앞서 올해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시회에서 타이젠 OS 내장용 ‘삼성 기어2’와 ‘삼성 기어2 네오’ 등을 출시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구글은 지난달 말 열린‘구글 개발자회의’에서야 웨어러블 전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 공개와 함께 삼성전자 ‘기어 라이브’ 및 LG전자 ‘G워치’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탈 안드로이드 방침’을 정하고 다양한 OS를 갖춘 모바일 기기를 개발하기로 내부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 브랜드를 안드로이드 이미지가 강한 ‘갤럭시’ 브랜드를 빼고 ‘삼성 기어’로 바꾼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타이젠 OS 기반의 스마트워치 3종을 출시했지만, 안드로이드 웨어 바탕의 스마트워치는 1종만 내놓았다.
업계에선 구글이 이 같은 삼성전자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한편, 삼성제품이 탑재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통제권까지 강화하는 강경 노선을 채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데이비드 버크 구글 자동차용 안드로이드 담당 이사는 지난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구글 개발자회의’에서 “자동차나 TV 등에서 작동하는 안드로이드는 제조사가 아닌 구글이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 OS가 적용된 기기에 대한 주도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선언이다.
구글은 또 삼성전자에게 스마트워치 응용 소프트웨어(앱)의 자체 개발 중단까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의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하드웨어인 스마트폰에 대한 통제 수위도 갈수록 높여가겠다는 속셈이다.
구글은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구글 서비스와 비슷한 기능의 자체 응용 소프트웨어(앱)을 기본 탑재시키는 것도 못마땅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안드로이드 OS 공개 당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에게 자유로운 개방 정책을 유지하겠다던 구글의 초심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삼성전자 관계가 겉으론 우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론 이미 강도 높은 긴장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며 “구글은 삼성전자 이외의 다른 안드로이드 OS를 채용 중인 하드웨어 업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공산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삼성전자ㆍ구글 동맹은 굳건하다는 평가가 더 많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올해 초 향후 10년간 모든 특허를 공유한다는 내용의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구글은 또 상반기에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과의 2차 특허소송에서 삼성전자를 측면 지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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