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등 7명 지원 불구 선발 무산
"재공모 적절한가" 비판론 일어
대전에 들어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수장 자리를 놓고 과학계가 혼란에 빠졌다. 지난 2월 오세정(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초대 원장이 서울대총장 도전 등 개인적 이유로 임기(5년)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뒤 6개월째 차기 원장 후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IBS는 “5월부터 한달 동안 공모해 외국인을 포함한 7명이 제2대 원장에 지원했으나, 원장추천위원회의 심사 결과 후보자가 충분하지 않아 8월 20일까지 재공모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기초과학 진흥 프로젝트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정권이 바뀌면서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핵심 기관 인사마저 난맥상을 보이자 과학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BS는 세계 수준의 첨단 연구장비인 중이온가속기와 함께 국내외 과학 석학 50명이 이끄는 대규모 연구단을 운영하게 될 국내 최대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정부는 IBS와 중이온가속기 건설에 2021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IBS를 둘러싼 대전 신동ㆍ둔곡 지구 일대는 첨단 연구시설과 편의공간, 기업들이 밀집한 스마트 연구단지로 개발된다. IBS 원장은 국내 과학사상 유례 없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지원자 중 IBS 원장추천위원회가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3배수 후보를 뽑으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그 중 1명을 선정해 청와대에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뛰어난 업적을 내온 쟁쟁한 국내외 과학자 21명이 이미 IBS 소속 연구단장으로 선정된 데다 다른 대학이나 연구기관보다 훨씬 많은 연구비를 가져가는 IBS에 대해 과학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보통 3, 4개월이 걸리는 기관장 인사 기간을 넘기고도 다시 재공모를 시작했으니 당분간 IBS 원장 자리를 둘러싼 과학계의 긴장은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한편에선 지원자가 있음에도 재공모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IBS 관계자는 “위원회가 IBS의 위상을 고려해 후보자 풀을 좀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1차 공모에서 적격으로 판단된 후보자와 재공모 지원자 중 최종 후보 3명을 선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과학계 인사는 “기존 지원자들이 모욕을 느낄 만한 방식인데, 재공모에 과연 얼마나 나은 사람이 응하겠냐”며 비판했다.
원장 지원자에 외국인이 포함된 데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대전 과학벨트가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주도적 역할을 해 과학비즈니스 도시로 성장한 독일 드레스덴처럼 발전하려면 세계 과학계에서 활약하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출범 초기인 만큼 본격적인 연구보다는 본원 건립과 예산 확보, 과학계 의견 조율 등이 차기 원장의 주요 활동이 될 텐데, 외국인이 행정부처, 국회, 국내 연구자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겠냐”며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IBS 본원이 들어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은 이르면 8월부터 철거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