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레전드 수문장 최은성(43ㆍ전북 현대)이 18년 동안 누볐던 녹색 그라운드를 떠난다.
최은성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상주 상무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다. 전북은 전설로 남을 최은성의 은퇴식을 하프타임에 거행할 예정이다.
은퇴를 앞둔 그는 18일 기자와 통화에서 “시원섭섭하다”면서 “골키퍼 장갑을 벗고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과 긴장감을 내려놓는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고 밝혔다. 전북 골키퍼 코치로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하는 최은성은 “2년 전 어려울 때 다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전북 구단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팬들에게는 열심히 해왔던 선수, 한결 같이 성실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1997년 대전 시티즌 창단 멤버로 K리그에 데뷔한 최은성은 15시즌 동안 대전에서 뛰며 단일팀 선수 개인 최다 출전 기록(464경기)을 세웠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참가해 4강 신화에 일조했다. 2012년에는 자유계약 신분으로 전북에 새 둥지를 튼 이후 이듬해 김병지(전남), 김기동(은퇴)에 이어 프로 통산 세 번째로 500경기 출전(전 포지션 포함) 기록을 작성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531경기(역대 2위) 출전해 674실점이다.
2002 월드컵 멤버 떠날 때 묘한 마음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던 대다수의 태극전사들이 유니폼을 벗었다. 철저한 몸 관리로 불혹을 넘은 나이에도 뒷문을 든든히 지킨 최은성 또한 은퇴 대열에 합류했다. 최은성은 “월드컵 멤버들이 하나 둘 떠날 때마다 묘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나도 그 때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은성은 후배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탄탄한 몸과 체력을 자랑한다. 올 시즌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을 몸 상태였지만 그는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며 “순발력도 많이 떨어졌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부모님이 몸을 잘 물려주신 것 같다”며 웃어 보인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북ㆍ대전 서포터즈 매우 큰 감동
최은성의 은퇴 경기에는 특별한 광경이 펼쳐진다. 전북 서포터즈와 대전 서포터즈가 한마음으로 은퇴식 퍼포먼스를 준비 했다. 대전 서포터즈는 2012년 갑작스럽게 방출 당한 최은성이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자 전북 구단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최은성은 “그라운드 뒤에서 큰 힘을 주는 감사한 분들”이라며 “대전 서포터즈는 언제나 한결 같은 응원을 보내줬다. 전북 서포터즈는 ‘나이 들어 온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걱정을 했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서포터즈의 합동 응원은 매우 큰 감동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퇴 경기를 준비하는 각오에 대해서는 “은퇴를 떠나서 팀의 중요한 한 경기”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팀 승리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승 한 지도자로 풀 것
최은성은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지만 늘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있었다. 우승 트로피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최은성은 “선수로서 트로피를 품에 안지 못했지만 지도자로 반드시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최은성이 가장 아쉬운 경기로 꼽은 것은 2001년 포항과의 FA컵 결승이다. 그는 “당시 대전이 우승했는데 경기 중 부상으로 실려 나가 우승컵을 현장에서 들지 못했다”고 돌이켜봤다.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은 단일팀 최다 출전과 500경기 출전이다. 최은성은 “한 팀에서 이처럼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는 것은 쉽지 않다. 또 500경기 출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전북에서 기회를 줘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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