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독립성·자존심 걸려
내주회동 앞두고 연일 반박 재반박
기준금리를 두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최 부총리의 거듭된 압박에 이 총재가 금리 정책은 중앙은행 고유 소관이라며 맞서고 나섰다.
이 총재는 18일 시중은행장 11명과 금융협의회를 갖는 자리에서 “최 부총리가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지금도 그런 생각을 그대로 갖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금리를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지만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까지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 이 보다 더 명시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본다”며 강한 톤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한 데 따른 반응이다. 이 총재가 16일 외부강연에서 “금리 인하의 효과가 반드시 가계부채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경제팀 수장과 중앙은행장이 연일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21일 회동을 앞둔 두 사람의 신경전을 놓고 경제부처로부터의 독립성을 확인하려는 한은의 자존심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금리를 내리더라도 자체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비쳐야지 새 경제팀의 압박에 밀린 모양새를 보이면 중앙은행으로서 향후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준 것을 두고 최경환 경제팀에 밀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 정통 한은맨인 이 총재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은 내부에선 ”최 부총리의 발언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불쾌감이 들끓는다.
물론 일각에선 두 사람의 신경전이 경기 상황에 대한 인식차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이 총재보다 최 부총리의 경기 인식이 더 부정적인 점이 이런 금리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 하방 리스크가 크다”는 등의 이 총재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여전히 무게 추는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어 있는 모습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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