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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모순의 가치

입력
2014.07.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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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앞뒤 말이 다른 모순적인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는 그럴 때 그 사람을 ‘모순덩어리’ 같은 말로 비판한다. 사실 ‘모순’이라는 말은 서로 충돌하는 의지의 역동적 개념이다. 그런데 내가 좀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모순’을 부정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순이 가지고 있는 맥락, 풍요로운 함의 등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만약, 오랫동안 사색한, 신뢰할 만한 어떤 사람이 있어 내게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모순으로 가득 찬 사람입니다. 나는 나의 모순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모순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중성’, ‘앞뒤가 맞지 않음’ 등과는 좀 다른 것이다. 그것은 내부에서 서로를 겨누는 어떤 첨예한 정신의 태도들을 가리킨다. 모순은 ‘합일’이나 ‘등치’ 같은 생동 없는 정지의 상태를 허물어뜨리려는, 서로 다른 상상력의 전선을 도모하는 일이다. 나는 모순이 없이 사람은 성장하거나 진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 말을 빌려서 좀 그렇지만 철학자 헤겔 같은 사람도 모순에 대해 “모든 운동과 생명성의 근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 경험으로 말하건대 자기 안에 있는 모순을 충분히 관찰하고 이해하고, 그것을 건강하게 관리할 때, 우리는 미숙하고 열등한 감정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게 모순의 가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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