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 상징 옅어진 홍대 앞 거리… 수익·지속성 위해 밖으로 눈돌려야
붕가붕가… 지역밴드와 전국투어, 옥상달빛도 지방 동네카페 순회공연
10년 전 홍대 인근에 살 때 부산에서 만난 친구의 후배들은 정말로 ‘홍대 앞’에 사느냐며 꽤 부러워했다. “저도 홍대 앞에서 살고 싶어요!” 잡지나 웹진에서 수시로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홍대 앞 근사한 카페, 홍대 앞 데이트 코스, 홍대 앞 음악클럽, 홍대 앞 액세서리 가게 등을 쏟아내던 때니 그럴 만했다.
많은 사람들이 홍대 앞으로 모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확실히 유동 인구가 많고 상권이 형성된 건 분명하다.
밴드나 레이블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홍대 앞에 몰리는 이들이 전부 밴드 공연을 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홍대 앞은 음악의 거리로 알려져 있지만 그게 수익이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물론 나름의 노력이 있다. 소위 ‘피카소 거리’로 불리던 길 근방 주차장 길에는 클럽 공연을 예매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대학로의 연극 티켓박스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곳이다. 실효성과는 별개로, 아무튼 그런 편의에 대해 여러 주체가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다른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홍대 앞에서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찾아나서는 사람들이다.
붕가붕가레코드는 7월 한 달 동안 전국투어인 ‘붕가붕가 전국시대’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ㆍ대전ㆍ전주ㆍ부산을 돌면서 그 지역 밴드들과 합동공연을 하는 기획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한다. 굉장히 많은 팬들이 공연장을 채웠다는 얘기가 들린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가수 옥상달빛은 7월 한 달 동안 ‘정말 고마워서 갑니다’라는 제목의 전국투어를 열고 있다. 수원ㆍ강릉ㆍ춘천ㆍ천안ㆍ목포ㆍ전주ㆍ공주ㆍ경주ㆍ진주ㆍ창원 등 10곳을 돈다. 기존 투어와 다른 점은 규모가 큰 공연장이 아니라 동네 카페들 중심의 투어라는 점이다. 한 번에 100~200명 정도 관객이 모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두 개의 ‘전국 투어’는 장소도 방식도 다르지만 단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홍대 밖으로 나가자!’
한국의 인디 신은 홍대 인근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에 신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또한 음악 팬들의 확대를 그 지역 신과 연계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전문적으로 음악을 접하고 듣는다. 홍대 앞은 물리적인 공간일 뿐이다. 여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의 홍대 앞은 음악보다는 다른 것들로 더 유명해지면서 그동안 유지해오던 음악적 상징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홍대 밖으로 나가는 건 밴드든 레이블이든 시장을 새로 만들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어떻게 나갈 것인가’이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 붕가붕가레코드의 실천은 꽤 흥미로운 점을 시사한다. 누구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한 실험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는 하기 어렵다. 음악의 차이와 지향의 차이, 팬덤의 차이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런 시도들이 자극하는 상상력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잘 생각해보면 이것은 음악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서울 중심주의를 벗어나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은 한국이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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