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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악역이지만 난 무조건 멋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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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악역이지만 난 무조건 멋있어야 했다"

입력
2014.07.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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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에서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천하의 고수 조윤 역을 연기한 배우 강동원. 연합뉴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에서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천하의 고수 조윤 역을 연기한 배우 강동원. 연합뉴스

극악무도한 악당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지역 관리들을 손아귀에 넣고 흡혈귀처럼 백성의 고혈을 빠는 ‘땅 귀신’ 조윤 역을 맡은 강동원(33) 이야기다. 2010년 ‘초능력자’ 이후 군 복무를 거쳐 4년 만에 출연한 이 영화에서 그는 수려한 미모뿐만 아니라 우아한 검술 액션 연기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조윤은 조선 천지에 당할 자가 없는 최고의 무관이다. 강동원이 상투를 틀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키 186㎝의 날렵한 몸매를 뽐내는 결투 장면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백정 돌무치에서 의적 무리의 도치가 되는 하정우보다 작은 비중이지만 강동원이 뿜어내는 광채는 영화를 장악하기에 충분하다. 배우라면 무릇 연기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지만 어쩌랴, 미모가 이 배우의 첫 번째 매력인 것을. 손바닥 만한 얼굴 크기를 지닌 비현실적 신체 비율의 그를 17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속에서보다 부산 사투리가 좀 더 강해 인상적이었다.

"누구보다 액션 잘하고 싶어 넉달간 검술연습"

-영화 공개 후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피부로 느끼고 있나?

“업계 관계자들이야 칭찬을 많이 해주긴 하지만 일반 관객들을 못 만난 상태라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4년 만에 출연한 영화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니 어땠나.

“너무 오랜만에 연기를 하려고 하니까 뒷목이 뻣뻣해질 때가 있더라. 경직됐던 거다. 데뷔 초에 그런 적이 많았는데 카메라 안에서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느낄 때쯤 공익요원 근무를 해야 했다. 다시 현장에 돌아오니까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세트 촬영을 초반에 해버려서 힘들었다.”

-촬영 중반쯤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그런 건 없었다. 시간이 해결해준 것 같다. 현장에 익숙해지면서 연기 노하우도 조금씩 다시 찾아가면서…. 뭔가를 깨달은 순간이 있긴 했다. 내가 연기하면서 숨을 쉬지 않고 있더라. 호흡이 안 들어가니 경직될 수밖에.”

-조윤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지점이 있다면.

“액션이었다. 네 달 정도 검술 연습에 매달렸다. 이 영화에서 내 임무는 액션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내가 1 대 다수로 싸워야 하는데 (고수로서) 무서움을 주려면 검술 연기를 잘해야 했다. 촬영과 편집으로 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검의 달인처럼 보이게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 목표였고, 말도 그 누구보다 잘 타고 싶었다.”

-검술 액션은 영화 ‘형사 듀얼리스트’에서도 했는데 어떻게 달랐나.

“두 영화에서 검술 연기는 완전히 달랐다. ‘형사’ 때는 검(양날에 몸통이 곧은 칼)이었고 이번엔 도(외날에 몸통이 곡선인 칼)다. ‘형사’ 때는 검술 연습을 전혀 하지 않았다. 나 혼자 판단한 거지만 그땐 무용 연습만 했다. 현대무용은 검술 액션 외에도 모든 것에 도움이 된다. 이번엔 기초 연습만 두 달 정도 했다. 우아함보다는 힘과 속도로 밀어붙였는데 도포자락이 날리니까 우아한 느낌이 들긴 하더라.”

-결투를 하다 긴 생머리가 흘러내리는 장면이 화제다.

“찍을 땐 전혀 몰랐다. 감독님은 멋있고 무서워야 한다는 것만 주문했다. 그 장면에 대해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건 분장 담당하신 분인데 그 분이 공을 많이 들이고 욕심을 많이 냈다. 그 장면 찍을 때 문제가 좀 있기도 했다. 해뜨기 전에 빨리 찍어야 해서 좀 더 부스스하게 만들지 못했다. 손질을 잘 해놓은 상태 그대로 가발을 썼더니 좀 곱게 나온 것 같다.”

"하정우와 첫 호흡…리더십 덕에 즐겁게 촬영"

-윤종빈 감독과 조윤 캐릭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감독님은 조윤은 악역이지만 무조건 멋있어야 한다고 했다. 초반부터 내게 멋있는 건 모두 넣어주겠다고 했다.”

-조윤이라는 인물에 대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나.

“뭔가 있었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을 텐데 그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윤의 어릴 적 이야기는 없어도 했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작품을 하기로 했던 건 조윤 때문이 아니라 이 영화가 좋았고 감독님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윤이 훌륭한 악역이고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인데다 아픔이 있는 인물이어서 좋았다.”

-조윤의 말투에서 약간 경상도 사투리가 들린다.

“난 전혀 못 느끼는 부분이다. 사극 톤과 내 말투가 섞이다 보니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투리는 철저히 배제했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무관으로 있다가 명예보다 부를 선택하기 위해 내려온 인물이라 군도 무리와 달리 서울말을 쓰는 것으로 설정했다. 서울말 자체가 내겐 연기다. 사극 톤을 연기하는 것처럼. 이젠 실제 내 말투와 연기자로서 말투를 분리한다. 일상 생활에선 많이 쓴다. ”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조윤 역을 연기한 강동원.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조윤 역을 연기한 강동원.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하정우가 연기한 도치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

“주위에서 모두 반대했다. 도치 캐릭터가 이렇게 좋은데 왜 조윤을 하냐고. 난 조윤이라는 인물에 매력도 느꼈고 잘할 자신이 있었다. 조윤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이 굉장히 큰 것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내가 이 영화를 풍부하게 만들 자신도 있었다.”

-하정우와 호흡은 어땠나.

“정우 형은 저와 성격부터 모든 게 달라서 재미있었다. 형의 매력에 빠져서 촬영했고 지금도 홍보 활동 같이 하는 게 즐겁다. 유머러스하고 사람들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있다. 이 영화 찍기 전까지만 해도 형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형과 같이 하는 게 결정됐을 때 ‘와우, 드디어 만나는구나’ 했다. 너무나도 멋진 배우고 어서 한 작품에서 만나 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함께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아서 다음에도 같이 하자고 말했다. 서로 겹치는 캐릭터가 전혀 아니니까.”

"지금 사귀는 사람? 있어도 없고 없어도 없다"

-연기를 쉬는 동안 어떻게 지냈나.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매우 컸다. 빨리 내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공익요원 근무 기간엔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 남는 시간엔 영어공부에 매진했다. 공대 출신이라 영어가 좀 약하다. 이론은 강한데 말이 잘 안 된다. 해외 나가면 의사소통에 필요해서 배우는 거지 해외 진출 같은 계획이 있어서는 아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기도 하다.”

-아버지에게 칭찬을 거의 못 듣고 자랐다던데.

“경상도 남자들이 다 그렇다. 아버지와 사이는 워낙 좋은데 아버지가 매우 무뚝뚝하다. 많이들 그렇지 않나. 그런 점에서 (아버지에게 인정을 못 받는) 조윤에 대해 공감하는 관객이 많을 것 같다.”

-‘군도’가 30대 들어 처음 출연한 영화다.

“30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한 느낌이다. 30대로서 첫 작품이다. 제2막이 열렸다고 할까. 30대에 할 수 있는 걸 많이 해보고 싶다. (송혜교와 출연한) ‘두근두근 내 인생’도 20대 때였으면 못했을 영화다.”

-30대가 되면서 성격이 달라진 점이 있나.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 같다. 예전엔 타협하지 않고 날이 서 있는 편이었는데…. 여전히 그렇기도 하다.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걸 싫어해서 그런 것 같다. 공대생이라서 그런가.”

-연기자로 10년이 넘었는데 어떤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나.

“내 나름의 철학이 있다면 경험보다는 상상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살인마를 연기하더라도 경험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 진심으로 연기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진심을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내 진심보다 스크린에서 보이는 진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지금의 내 연기 지론이다.”

-팬들이 궁금해 한다.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나.

“데뷔 초부터 항상 해온 답이 있다. 있어도 없고 없어도 없다고. 그런 걸로 거짓말을 말하기도 싫고 진실을 말하기도 싫다. 배우로서 사적인 이미지가 작품 속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것도 싫고.”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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