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기준금액도 대구 4배
쪼개기 등 편법 수의계약도 난무
대구에선 사라진 '구습'도 여전…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절실
국내 교육계가 날로 맑아지는 것과 달리 경북도교육청의 청렴의지 개선은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한다는 지적이다. 경북도교육청이 2010년부터 4년 연속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우수’를 받았다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실감을 느끼기 어렵다. 대구지역 학교 등에선 사라진 구습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인접한 대구시교육청과 가장 대조를 보이는 분야는 교육청이나 학교 등에서 실시하는 공사입찰이나 물품ㆍ용역 계약 부분이다.
도교육청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2,000만원을 초과하는 물품구매나 시설공사는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를 통한 공개경쟁입찰 규정을 따르고 있지만, 각종 편법을 동원해 수의 계약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빛을 바래게 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 A고는 지난해 6,000여만원 규모의 노후방송시스템 장비 구입 및 선로교체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처리했다. 안동시 B초등학교는 4,000여만원 규모의 급식기구교체 및 확충사업을, 포항의 C초등학교는 2,000만원 이상은 공개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려고 교실바닥 및 인테리어공사를 600만~700만원으로 분할, 수의계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선 학교에서 2,000만원 이상 공개경쟁입찰 원칙이 갖가지 이유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500만~2,000만원의 소규모 시설공사나 물품구입은 지역 특정업체가 독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시교육청은 4년 전부터 정부 지침보다 더욱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500만원 이상 시설공사와 물품 계약 구매는 무조건 경쟁 입찰이다. 10만원 단위의 소액 물품 구매도 교육기관전자조달시스템인 S2B를 통한 견적입찰이 당연시되고 있을 정도다. 학교장터 이용 실적 등을 청렴의지평가나 학교평가에 반영하는 등 투명성 개선을 적극적으로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행정실 담당자는 “시행 초기에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업자들과의 유착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일하기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행은 일선 학교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져 온 구습에서도 차이가 난다.
경북 지역 상당수 학교에서는 대구에서 4년 전 사라진 학부모들의 ‘선생님 도시락 챙기기’가 여전하다. 스승과 제자, 학부모간의 정을 넘어 ‘6단 찬합’, 4만~5만원짜리 일식도시락이 등장 등으로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자 대구에서는 우동기 교육감의 특별 지시로 거의 사라진 구시대 유물이다. 대구지역 한 학부모는 “2010년 이전만 해도 애가 학급 회장이나 부회장을 맡게 되면 회장 부회장 학부모들이 모여 도시락 순번을 정하곤 했다”며 “요즘도 100%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내외 행사 때 교사 자체적으로 도시락을 맞추는 등 학부모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더라도 진짜 ‘정’을 나누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구미 포항 등 아파트단지가 많은 경북 일부 도시에서는 각종 행사 때마다 학생회 간부 학부모들은 ‘선생님 챙기기’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경북 구미지역 한 학부모는 “우리 애 학교가 아파트단지 사이에 있어서인지 선생님 챙기기 경쟁이 벌어지는 등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심한 편”이라며 “어떤 교사는 소풍 가기 전에 학생회 간부 어머니에게 ‘난 유기농 아니면 안 먹는다’며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325개 학교를 대상으로 자체감사를 실시, 변상 329건, 고발 및 중징계 6명 등 1,719명을 징계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공무원이 양심과 사명을 가지고 공익에 우선해야 되지만, 시스템의 운영상 허점이 없지 않다”며 “청렴교육을 통해 계약 공무원의 의식전환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계약방법과 입찰 절차상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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