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시험 없애고 경력 등 점수제…이미 폐지된 제도 부활
기술사회 "수혜자는 공무원" vs 국토부 "기득권 유지 의도"
국토교통부가 건설 분야의 기술자를 인정하는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술인력의 자격을 낮췄다는 지적과 함께 공공기관의 공무원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피아법’이나 다름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술자격자 단체인 한국기술사회는 5일과 16일 국회와 서울 역삼동 역삼공원에서 ‘국민안전 위협하는 건설기술진흥법 규탄 및 기술사법 선진화 촉구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7년 전 폐지됐던 ‘학력·경력 인정 기술사제도’를 국토부가 재도입하면서 설계 시공 감리 등 공사현장의 책임기술자 역할을 하는 기술사 자격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토부는 특급, 고급, 중급, 초급 등으로 나눠진 건설기술 인력 등급의 취급을 별도의 자격증 시험이 아닌 역량지수로 점수화해 일정 점수만 충족하면 누구나 특정 등급에 진입할 수 있도록 변경, 5월23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기술사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만 특급 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역량지수를 통해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특급 등급 자격자에게만 문호가 개방된 책임기술자로의 취업이 가능하게 된다. 역량지수는 경력(40점) 자격(40점) 학력(20점) 교육(3점) 등의 산정법을 통해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기술사회는 이 같은 제도 개편으로 건설공사 등을 발주하는 정부·지자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건설기술자가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보고 있다. 엄익준 기술사회 회장은 “용역·시공사업 감독업무를 수행한 공무원 등은 민간기술자보다 1.1배 높은 경력연수를 인정받게 된다”며 “기술사 자격증 없이도 일정 정도 경력을 채우면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특급기술자로 승급한 뒤 은퇴해 발주처와의 특수관계 등을 통해 관련 업체에 재취업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런 논란으로 노무현 정부 때 10개 부처 공동으로 학력·경력 인정 기술사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기술사 업무를 관장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당장 특급 등급을 받은 인력이 50%가량 늘어나는 등 기술 인력 품질관리에 문제가 생긴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 측은 이에 대해 “현행 제도는 기술사만 특급 등급을 받을 수 있어 기사 자격이 있는 중급·고급기술자 등에게 지나치게 장벽이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기술사회 등의 주장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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