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경계 정류장은 무정차 지대
결국 수원·용인 등 일부 입석 허용
배차 간격 줄어 기사들 피로 호소

고속화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의 입석금지 조치 이틀째인 17일에도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 광역버스 정류장 곳곳에서 혼잡이 빚어졌다. 진전된 게 없는 대책에 퇴근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날 오전 7시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이매촌한신아파트 입구 정류장. 전날과 마찬가지로 만석 버스가 잇따라 무정차 통과했다. 성남 분당 시범단지와 이매촌한신아파트 입구, 용인 기흥구 신갈오거리, 고양 화정 등 고속화도로 진입 전과 시ㆍ도 간 경계지역 정류장에서 특히 서지 않고 지나치는 버스가 많았다. 실태 점검을 위해 이매촌한신아파트 입구 정류장에 나온 성남시 공무원은 오전 7∼8시 1시간 동안 서울역 방면 버스 11대가 만석으로 무정차 통과했다고 전했다.
출근길 줄을 길게 늘어선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용인시와 성남시, 수원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행 첫날에 이어 이날도 입석이 허용됐다. 광역버스가 아니지만 고속화도로를 오가는 간선버스의 경우 입석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 제도적 허점도 노출됐다. 고양시의 경우 광역버스가 아닌 간선버스 5개 노선이 고속화도로를 달리고 있다. 여의도행 108번과 871번, 영등포행 830번과 870번, 신촌행 921번이다. 자유로를 달려 영등포로 가는 버스 중에서 간선버스인 830번은 입석을 가득 태우고 달릴 수 있지만 광역버스인 1500번은 입석이 금지되는 것이다.
입석 승객을 태우고 고속화도로를 달리지 못하게 되니 시간이 걸리는 우회로로 노선을 변경하는 예도 있었다.
출근전쟁이 끝이 아니다. 퇴근길도 고행이었다. 서울 광화문과 강남, 영등포 일대 광역버스 정류장에는 오후 6시가 넘자마자 용인과 성남, 김포 등지로 귀가하려는 시민들이 몰려 차량에 몸을 맡기기까지 30~40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다. 대기 중이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베드타운 주민을 배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짝수ㆍ홀수 정류장에만 서는 버스 체계를 만드는 등 대안을 제시해야지 무조건 타지 말라는 건 잘못됐다”는 등의 쓴소리들이 쏟아졌다.
강남역에서 만석인 버스를 2대 보낸 뒤에야 차에 오른 이영호(34ㆍ화성 동탄)씨는 “노선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차를 타지 못한다. 시스템이 엉망”이라며 추가 증차를 요구했다. 당산역 앞 당산래미안아파트 정류장 등지에서는 출근 때와 마찬가지로 입석도 허용됐다. 15명 이상이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광역버스가 고양 일산과 김포 등지로 내달리는 광경이 목격됐다.
피크 시간대를 피해 느즈막이 퇴근하려던 시민들은 버스가 들어올 때마다 차도까지 뛰어드는 취객 등 한꺼번에 몰려드는 이들과 힘겨운 승차경쟁을 해야 했다. 늦은 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정류장에서 성남 분당으로 퇴근하려던 김모(45)씨는 “안전을 강화하려다 되레 사고가 나게 생겼다”며 “노선별 구역이라도 그어 줄 서서 대기할 수 있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버스 기사들의 업무 피로도도 갈수록 높아졌다. 기존 인원과 버스로 배차시간을 맞추느라 충분한 휴식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변경된 노선에 익숙하지 않아 사고 우려도 제기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을 알지만, 정부 정책에 대해 지자체가 반박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출근 시간대 버스의 기점이 아닌 중간 정류소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간 정류소 출발 차량은 양재ㆍ사당 등 서울 외곽까지만 운행된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한달 가량 입석 해소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한 뒤 다음달 중순부터 본격 단속을 시작한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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