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응원단 700명 파견"…체류비 전액부담 요구한 듯
북한이 올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사상 최대 규모인 700명의 선수단과 응원단을 항공편과 육로를 이용해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17일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측의 회담 태도 등을 비난하며 협상을 일방적으로 결렬시키는 바람에 첫 번째 실무접촉은 성과 없이 끝났다. 남북은 추가 실무접촉 일정을 잡지 못했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태도를 기싸움 내지는 신경전으로 보고 추후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북한은 이날 인천 아시안게임 참여와 관련된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판문점 남북 실무접촉에서 선수단과 응원단을 각각 350명씩, 모두 700명을 파견하겠다며 우리측에 관련 편의제공을 요청했다. 북한이 제안한 선수ㆍ응원단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다. 통일부 관계자는 “선수단은 고려항공을 통해 서해 직항로로 입국하고 응원단은 경의선 육로로 입국한 뒤 인천항에 만경봉호를 입항시켜 숙소로 이용한다는 게 북한의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또 선수단ㆍ응원단의 신변안전보장과 통신보장에 대한 입장을 우리측에 전달했다. 또 ‘선수단과 응원단 파견 관련한 제반 편의 제공’을 요청해 사실상 우리측에 체류비 전액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 측은 “선수단과 응원단 파견을 환영한다”며 “국제관례에 따라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속개된 회담에서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하면서 실무접촉은 성과없이 종료되고 말았다. 회담 관계자는 “오전 회의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오후 회의에서 우리 측이 선수단 규모 등을 세세하게 묻자 북측이‘회담파탄행위’라며 일방적으로 퇴장했다”고 밝혔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측 대표단이 오전에 북측 이야기를 주로 들어주다가 오후 회담에서 “참가자의 구체적인 인력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며 세세하게 캐묻자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꿔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양측은 추가 실무접촉 일정도 잡지 못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아시안게임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추가접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은 추가 접촉을 논의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추가 접촉에 대해 북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참석자 등에 따르면 이날 북측의 결렬선언은 비용 문제로 인한 불만을 이유로 한 대회불참 선언이라기 보다 초반 기싸움 성격이 짙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추가 협상을 통해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실무접촉에는 우리측에서 권경상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과 정기정 조직위 국제본부장, 김영일 조직위 자문위원 등 3명이, 북측에서 손광호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을 수석대표로 장수명, 고정철 등 3명이 대표로 참석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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