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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다시 뚫린 1.3km 물길...생명의 온기 넘실

입력
2014.07.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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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 들어서며 매립

주택가 밀려오며 홍수예방 위해 메워

물길 막힌 동민내항 하수ㆍ쓰레기 몸살

착공 1년 만에 작년 11월 개통

숭어ㆍ황어 돌아오고 철새도 날아들어

6개월 만에 관광객 40만명 넘어

포항운하 건설로 형산강과 동빈내항을 잇던 물줄기가 복원됐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포항운하 전경. 포항시청 제공
포항운하 건설로 형산강과 동빈내항을 잇던 물줄기가 복원됐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포항운하 전경. 포항시청 제공
40년 막혔던 물길이 다시 뚫린 포항운하 덕에 '철의 도시' 이미지로만 굳어졌던 포항이 친환경 해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관광객들이 보트를 타고 포항운하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다. 포항시청 제공
40년 막혔던 물길이 다시 뚫린 포항운하 덕에 '철의 도시' 이미지로만 굳어졌던 포항이 친환경 해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관광객들이 보트를 타고 포항운하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다. 포항시청 제공

포항에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형산강 입구에서 동빈내항까지 길이 1.3㎞에 이르는 물길이 40년 만에 복원된 것이다. 포항운하의 탄생이다. 운하에 작은 유람선이 다니면서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포항제철 건설로 막혔던 물길이 뚫리면서 운하에서 이어지는 동빈내항까지 명소로 부상했다. 공업도시로 삭막하기만 했던 포항의 이미지도 물이 흐르며 생명이 되살아나는 친환경적인 도시로 바뀌었다.

포항은 고교 수학여행 1번지로 꼽힐 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지만 제철소 견학 말고는 내세울만한 관광코스가 없었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운하복원을 계획한 것도 제철소만 기억되는 포항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박 시장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포스코는 가봤는데 포항은 못 가봤다”는 답변에 큰 충격을 받았다. 물길을 막고 건설된 포항제철에서 ‘철의 도시’라는 영광의 수식어를 얻었지만, 포항 그 자체가 포스코에 가려진 것이다.

포항운하 주변은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고 아우르는 곳이다. 포항운하와 이어진 동빈내항은 신라시대부터 문물왕래의 주관문 역할을 해왔다. 지금의 대도시로 성장한 포항의 모태 역할을 해왔던 지역이다. 1917년 지방항으로 지정된 동빈내항은 수산업 전진기지로 명성을 떨치면서 경북 전역의 경제를 좌지우지한 중심지이기도 했다.

동빈내항은 1967년 포항제철 기공식과 함께 국제항으로 도약했지만 역설적으로 쇠퇴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동빈내항만으로 포항제철로 들어오는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동빈내항은 구항으로 불리고, 현재의 포항신항이 건설됐다. 이후 동빈내항은 어선이 정박하고 일반적인 공산품을 공급하는 항으로 기능이 축소됐다.

급기야 형산강 입구까지 이르는 물길 1.3㎞ 구간을 막아야만 했다. 제철소가 들어선 뒤 인구 유입으로 비교적 땅값이 싼 동빈내항 일대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어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관에선 홍수예방을 위해 물길매립이 불가피했다.

물길이 막힌 동빈내항에는 생활하수가 흘러 들었고, 쓰레기로 몸살을 앓게 됐다. 악취가 진동하고 물고기도 서식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동빈내항은 ‘검은 물’로 변했다. 물길이 막히기 전인 1960년대만 해도 청어와 정어리, 황어가 몰려오던 곳이었다. 동빈내항은 더 이상 청정해역이 아니었다. ‘거대한 폐수처리장’이나 다름없었다.

동빈내항과 인접한 송도해수욕장 역시 함께 몰락했다. 송도해수욕장은 백사송림의 절경을 자랑하던 천혜의 명소였다. 경북 동해안에서는 한 해 10만명 이상 몰릴 정도로 명성이 높았지만 동빈내항의 물길이 막히면서 송도해수욕장 역시 쇠락했다. 해수욕객의 발길이 끊기고, 송도해수욕장을 찾은 사람이 피부병을 앓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결국 천혜의 명소였던 송도해수욕장은 2007년 개장도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동빈내항의 물길이 끊기면서 주변 도심의 슬럼화도 가속됐다. 악취와 쓰레기로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사람도 떠나기 시작했다. 20년 넘은 노후 건축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데다 내부 가로망이 협소하고 기반시설의 연계성이 부족해 시가지의 구조적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또 주요 기관이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도심공동화 현상이 초래됐고, 전통시장 등 도심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때 포항시가 꺼내든 묘수가 동빈내항의 물길을 다시 트는 것이었다. 포항시는 2006년 동빈내항의 물길 복원을 위한 ‘포항운하’ 사업의 밑그림을 그렸다. 닫힌 수로 위에 들어선 827가구, 2,200여명의 주민을 설득하고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진통 끝에 물길을 되살릴 수 있었다.

포항운하 건설사업은 형산강 입구에서 송도교 인근 동빈내항까지 1.3㎞ 구간의 물길을 뚫어 40년간 오염된 바다가 생명의 물길로 되살아나도록 하는 친환경프로젝트였다. 2012년 5월에 착공돼 2013년 10월 6일 형산강 제방이 뚫리고 한 달 뒤인 11월 2일 통수식이 이뤄졌다.

이후 포항운하에는 숭어, 황어, 각종 치어 등이 물속에서 노닐고, 아비 뿔논병아리 논병아리 등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철새도 포착됐다. 40년간 막혔던 동빈내항과 형산강 물이 만나면서 수중 자연환경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하루 3만톤의 형산강 물이 포항운하로 유입돼 정체된 동빈내항의 물까지 순환시키면서 수중 생태환경을 만들고 있다.

포항운하 건설사업은 단순히 수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막혔던 자연 그대로의 물길을 되돌리는 친환경 프로젝트이자 동빈내항 일대를 친환경 해양생태관광단지로 바꾸는 도심재생사업이다. 포항시는 포항운하의 물길을 따라 좌·우에 조성된 부지 3만3,000여㎡에 호텔과 수상카페 등이 들어서는 비즈니스타운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또 인근의 송도동 동빈 큰 다리 옆에는 해양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포항운하와 연계한 영일만대교와 해상신도시 건설 등 중장기 개발사업도 추진한다.

포항시 이재열 건설환경사업소장은 “동빈내항 해양공원 조성은 포항운하건설, 동빈부두정비, 송도백사장 복구 등과 함께 동빈내항 복원 프로젝트 중 또 하나의 핵심 사업이다”며 “해양공원이 조성되면 포항운하와 더불어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아 포항을 해양관광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올 3월 1월부터 운하를 다니는 포항크루즈는 포항운하 복원 이후 관광객 유치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유람선은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46인승 1대가 1시간 간격으로, 17인승 보트 5대가 상시 운항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한 시간이상 기다려야 탑승 가능할 정도로 인기다. 이달 12일부터는 야간에도 운항되고 있다.

해마다 여름 휴가철에 열리는 포항국제불빛축제의 개막식이 올해는 포항운하에서 개최된다. 포항이 포철의 도시가 아닌 친환경 해양 도시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는 것. 개막불꽃쇼는 제11회 포항국제불빛축제(7.31~8.3) 기간 첫날인 31일 오후 9시 포항운하 홍보관 앞에서 30분간 펼쳐진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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