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한 시간 남짓 자동차를 타고 가면 박닌성 옌퐁공단이 나온다. 이 공단으로 진입하면 입구 바로 왼쪽에 삼성전자 공장이 있고, 맞은 편으로 오리온 공장이 보인다. 스마트폰 공장과 초코파이 공장.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개의 공장이 한 지역에 모여있는 광경이 이색적이기는 하나, 이는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는 것을 이내 알게 된다. 삼성전자 휴대폰은 지난해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18%를 차지했고, 초코파이는 베트남 가정의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2009년 지어진 이래 5만3,000명의 종업원이 연 1억2,00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량의 3분의 1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할 정도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제1, 2 공장을 합쳐 이미 세계 최대규모의 스마트폰 생산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베트남은 인건비가 싸고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 정책으로 세금 부담이 낮아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게다가 베트남 사람들이 성실한데다 손재주가 좋아 생산효율도 한국 못지 않다. 시력이 3.0을 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신기하다.
▦ 2006년 호찌민 공장을 설립해 베트남 제과시장에 진출한 오리온은 지난 5월 기준 초코파이 누적 판매량 20억개를 돌파했다. 한류 덕택에 베트남 파이류 시장에서 초코파이 점유율은 80%수준으로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동네상점 진열대에서도 초코파이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오리온은 이 외에도 스낵 등의 판매를 통해 베트남 제과시장에서 현지 제과 회사를 제치고 1위를 고수했고, 지난해 매출액이 1,600억원을 넘었다. 2009년에는 하노이 공장을 추가로 건설했다.
▦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사돈의 나라’라고 한단다. 한국 농촌으로 시집가는 베트남 여성들이 많아서다. 베트남의 한류도 여전하다. TV를 틀면 10여년 전에 만들어진 한국 드라마까지 여러 채널에서 방영된다.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에 대한 아픈 기억은 가물가물해진 듯하다.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규모는 일본과 1, 2위를 다툰다. 이미 2,800여개 기업이 3,800건의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가 9,000만명에 이르는 베트남이 훌륭한 경제파트너가 된 것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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