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적합업종 82개 곧 기간 만료
"대기업 50개 품목이나 해제 신청"
"대상 중소기업이 되레 실적 악화"
재선정 품목 놓고 양보없는 싸움
올해 하반기 합의 기간이 만료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선정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양측 모두 ‘양보는 없다’는 각오로 나서고 있어 적합업종을 처음 선정한 3년 전 치열한 갈등이 재현될 분위기다.
중소기업계를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제2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대책위원회’를 개최해 적합업종 제도 보완과 발전을 촉구했다.
중소 두부업체 연합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인 최선윤 적합업종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 대기업은 근거 없이 사실 왜곡을 해온 것도 모자라 이번에 무려 50개 품목에 대해 해제 신청을 했다”며 “그간 주장한 기업윤리와 동반성장이 허구임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날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성실한 재합의 참여 ▦동반성장위원회의 책임 있는 추진노력 ▦해제 신청 대기업 및 관련단체 신청자격 공개 등을 담은 ‘중소기업계 입장’을 동반성장위원회에 전달했다.
앞서 이달 10일 중소상인단체 대표들은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기업을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건강한 산업생태계와 대한민국 경제의 균등한 발전, 지속가능한 성장여력을 망가뜨릴 것”이라며 일명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전경련은 17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적합업종이 중소기업 실적 및 경쟁력 향상에 실익이 적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합업종을 다루는 중소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정 이전 2년간(2010∼2011년)의 연평균 16.6%에서 지정 뒤 2년간(2012∼2013년)은 3.9%로 오히려 12.7%포인트 낮아졌다. 총자산 증가율도 같은 기간 전체 중소기업이 10.7%에서 7.6%로 3.1%포인트 떨어진 반면 적합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은 12.2%에서 6.3%로 5.9%포인트나 낮아졌다.
연구를 수행한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의 경영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구노력에 대한 기여효과도 적은 만큼 적합업종 제도의 정책적 타당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 의뢰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필요성에 관한 검토’ 연구를 한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산업조직론 측면에서 자유경쟁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적합업종 제도는 필요하다”고 강조해 적합업종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양쪽으로 갈라지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는 모두 100개 품목이 지정돼 있다. 이중 떡과 순대 등 14개 품목은 9월 30일, 두부와 어묵 등 23개는 11월 30일, 도시락과 단무지 등 45개는 12월 31일 합의 기간이 끝난다.
중소기업들은 이 82개 품목 가운데 김 주차기 블랙박스(차량용) 등 5개를 제외한 77개 품목에 대해 재합의를 신청했고, 대기업들은 두부 장류 순대 막걸리 어묵 등을 포함한 50개 품목을 적합업종에서 해제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달 말부터 양측과 간담회를 통해 자율합의를 유도할 계획이지만 재합의와 해제가 동시에 신청돼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품목이 48개나 된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이상적인 것은 자율합의라 일단 합의를 목표로 하지만 안 될 경우에는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협상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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