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의 생로병사' 展, 의료문화 관련 유물 120점 전시
평균 수명 47세, 6명 환갑 넘겨 / 세조ㆍ정조 의서 저술하기도
조선시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35세 정도라고 한다. 유아 사망률이 워낙 높아서 장수는 복 중의 복이었다.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은 이보다 훨씬 길어 47세 정도로 추정되지만, 환갑을 넘긴 왕은 6명밖에 안 된다. 가장 오래 산 왕은 영조다. 83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52년간 재위했다. 본래 병약했으나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해서 장수했다. 늘그막의 영조는 보약으로 인삼을 애용했는데, 59세부터 73세까지 100근 이상 먹었다고 한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조선 왕실의 생로병사-질병에 맞서다’에는 65세의 영조가 시력을 측정하려고 쓴 글씨를 돌에 새긴 유물이 포함돼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 역대 왕조의 존속 연수를 작은 글씨로 깨알같이 쓰고 “기원 숭정 후 세 번째 무인년(1758년) 양지월(10월) 19일 밤에 광명대(등불) 아래서 65세 된 늙은이가 직접 써서 안력을 시험하다”라고 적었다.
국립고궁박물관과 한독의약박물관이 함께 마련한 이 전시는 조선 왕실의 의료문화를 관련 유물 120여 점으로 소개한다. 조선의 의학서적, 의사 선발 국가고시인 의과의 합격자 명단, 왕실 의료기관인 내의원의 진료 기록과 의약 도구, 서양 의사들이 들어온 대한제국의 황실 의료에 관한 자료 등을 모았다. 세자가 천연두에 걸렸다가 나은 것을 축하하는 고종 연간의 궁중 행사 병풍 등 무병장수의 소망이 깃든 유물도 볼 수 있다.
조선의 왕들은 어려서부터 철저히 건강 관리를 받았고 의학 지식에 밝았다. 세조는 직접‘의약론’을 저술했다. 박학다식 학자 군주로 유명한 정조는 젊어서부터 의서를 애독해서 ‘수민묘전’이라는 의서를 편찬했고, 자신이 병이 났을 때는 의사들과 의약 처방을 논의하기도 했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