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유기농 인프라 확충, 전역이 청정 생태환경 보고 변신
백로ㆍ청둥오리 등 철새 보금자리, 마을 처마밑 제비집은 흔한 풍경
충북 괴산군 청천면 덕평리는 서너 집 건너 한 집 꼴로 처마에 제비 집이 있다. 주민과 제비가 동거하는 것 같다. 이 마을에 제비가 날아든 건 4년 전. 두 세 쌍이 처음 찾아 들더니 지금은 수십 마리가 30여 개의 둥지를 틀었다.
주민 백명자(58)씨는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가들이 늘면서 제비도 계속 느는 것 같다”며 “그만큼 우리 마을의 환경이 깨끗하다는 것 아니냐”고 좋아했다.
괴산군 감물면 이담리 일대 논에는 긴꼬리투구새우가 집단 서식하고 있다. 녀석들은 이 마을에 친환경 농법이 도입된 이후 출현, 개체수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고생대 화석과 현재의 모습이 흡사해 ‘살아있는 화석생물’로 알려진 긴꼬리투구새우는 예전에는 웅덩이나 논 등에서 서식했으나 농약 사용이 늘면서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장 안형식(49)씨는 “친환경 농법이 자리를 잡으며 투구새우의 서식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고 했다.
괴산군이 청정한 생태환경 덕분에 동식물의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괴산읍을 관통하는 동진천에는 철마다 백로,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날아든다. 하천환경 조성사업으로 호소가 생기고 물고기가 늘자 철새들이 찾아든 것이다. 청천면과 감물면 지역에는 수백 마리의 백로와 왜가리가 찾아와 장관을 연출한다. 이들 철새는 매년 2월 괴산을 찾아와 둥지를 틀어 새끼를 치고 추워지면 떠나 다음해 돌아온다.
괴산에서 제비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시골 마을은 물론 괴산읍내 상가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칠성면사무소 처마에도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 면사무소 둥지서 태어난 제비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 요즘엔 강남으로 가기 위한 날갯짓이 한창이다.
괴산군이 생태환경을 지킨 것은 일찍부터 친환경 유기농법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2007년 9월 ‘친환경농업군’임을 선포한 괴산군은 유기농 인프라를 키우는 등 친환경농업 시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농업구조를 자연순환형으로 개선하기 위해 산림바이오 순환림 230ha를 조성했다. 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을 갖췄고 농축산순환자원센터 건립도 추진중이다. 농업미생물센터를 설립해 미생물을 농가에 공급하고 있고, 유기질퇴비 생산을 늘리고 있다. 유기식품생산단지, 청정푸드밸리단지 등도 조성할 참이다. 군은 내년까지 유기농 재배단지를 전체 경지면적의 11%인 1,350ha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같은 친환경농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괴산군은 내년 9월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24일 동안 동진천 일원에서 ‘2015 괴산세계유기농엑스포’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세계 128개국 4,700여명의 대학교수와 연구자로 구성된 세계유기농업학회(ISOFAR)가 생태적 삶을 염원하는 인류의 소망을 담아 여는 생명 엑스포다. 군은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과 3,200억원의 직간접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임각수 괴산군수는 “꾸준히 펼쳐온 친환경농업 시책이 효과를 내면서 괴산 전역이 생태환경의 보고로 변모했다”며 “내년 유기농엑스포를 계기로 현대인이 갈망하는 유기농 삶, 건강한 삶을 괴산이 앞장서서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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