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싱글턴, 최고권위 '디 오픈' 출전 화제
인근 합성수지 공장 직원 싱글턴 지역예선 거쳐 꿈의 출전권 따내
세계적 골퍼들과 나란히 플레이 "성적 안 나와도 돌아갈 직장 있다"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골프대회 디 오픈(The Openㆍ브리티시오픈)에 이색 출전자가 등장해 화제다. 주인공은 존 싱글턴(30ㆍ잉글랜드). 그는 디 오픈 개최지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의 로열 리버풀 골프 클럽(파72)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한 합성수지 공장 직원이다.
싱글턴은 극적으로 제143회 디 오픈에 합류했다. 지역예선에서 아깝게 떨어졌지만 다른 선수의 중도 포기로 다음 단계로 진출하게 됐다. 최종 예선전에서는 친구에게서 빌린 웨지를 이용해 서든 데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 마지막 남아있던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디 오픈에 처음 도전해 출전권을 따낸 것이다.
AP통신은 17일 “이번 대회의 정식명칭이 왜 디 오픈(The Open)인지는 싱글턴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싱글턴은 두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존 댈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승을 거둔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과 함께 개막을 하루 앞둔 16일 대회장을 거닐었다. 댈리는 처음 보는 얼굴인 싱글턴에게 3번째 홀에 와서야 “유럽 투어에서 활동하냐”고 물어봤고, 싱글턴은 “공장에서 일한다”고 답했다.
싱글턴은 공장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일하는 교대근무자다. 방수코팅 재료인 합성수지를 섞고 옮기는 것이 그의 업무다. 일이 끝나면 골프 연습을 시작한다. 여름에는 오후 10시가 다 되도록 골프를 친다.
싱글턴은 미국에서 활동하며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지만, 양쪽 무릎을 심하게 다쳐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동네에서 디 오픈이 열리는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가 다니는 공장 사장은 대회 기간에 직원 모두에게 유급휴가를 허용했다. 현장에서 싱글턴을 응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싱글턴은 “골프를 계속 칠 수 있도록 후원을 받고 싶다”면서도 “이번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도 최소한 되돌아갈 직장은 있다”고 활짝 웃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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