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비용절감 등 이유 사용중단
쿠바에 소련 시절 부채 90% 탕감키로
냉전 시기 쿠바에서 운영됐던 러시아의 감청기지가 재가동된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쿠바 방문 때 양국 정부가 루르데스 감청기지 재개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시절인 2001년 비용 절감과 미국과 관계 개선을 이유로 기지 사용을 중지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관계가 악화하자 재가동 주장에 힘이 실렸다.
기지가 처음 세워진 것은 지난 1964년. 미국 해안에서 250㎞ 떨어진 아바나 남쪽에 자리 잡고 주로 잠수함과 선박, 위성의 전파신호를 감시했다. 한때 직원 3,000명이 근무한 옛 소련이 해외에서 운영한 가장 큰 비밀 군사시설이었다. 러시아는 연간 20억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이 기지를 운영했다.
푸틴은 이번 방문에서 기지 재가동의 대가로 쿠바에 옛소련 시절 부채 320억달러의 90%를 탕감해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체슬라프 투르브니코프 러시아 전 해외정보국장은 “루르데스 기지는 러시아가 서반구를 지켜볼 수 있는 눈”이라며 “러시아가 합법적인 권리와 국제사회에서 위치를 지키려면 이 기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전략기술분석센터 루슬란 푸코프 소장은 “쿠바와 협상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말 거의 마무리 된 것”이라며 “기지 재가동은 러시아가 다른 국가들과 군사적 협력을 증진시킴으로써 ‘전략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푸틴은 쿠바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순방하며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위치추적 시스템인 글로나스 설치에도 합의했다. 푸코프 소장은 이 글로나스 기지들은 향후 상업적인 목적으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박경균 인턴기자(서울시립대 영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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