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미국 백악관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 작전을 다룬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Interview)’제작에 반대하는 항의서한을 보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항의서한은 북한 국방위원회 명의로 작성된 공식 외교문서 형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서한은 북한 유엔대표부가 뉴욕채널을 통해 백악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북미간 대화채널이 정상가동 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백악관은 아직까지 북한의 항의서한을 공식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패트릭 밴트렐 부대변인은 “공개되지 않은 외교서한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말했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은 “그 같은 움직임이 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백악관에 편지를 보낸 것은 2000년 조명록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하고 돌아가 감사 편지를 쓴 이후 처음이다.
북한의 백악관 항의서한 내용은 지난달 27일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주권국가의 현직 수반을 암살하는 내용과 같은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허용하는 것은 적나라한 테러 지원이자 전쟁행위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당국은 (문제가 된)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금지하는 적절한 조치들을 즉시 취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테러를 지원하고 조장한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영화를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 대한 흠집내기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밴트렐 NSC 부대변인은 “언론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는 미국에서 정부가 영화 제작에 간여할 수 없다”며 북한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뜻을 간접으로 밝혔다.
이번 서한 전달로 그간 별다른 접촉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던 뉴욕채널이 정상가동 되고 있는 점이 확인됐다는 의미가 크다고 뉴욕 소식통은 말했다. 현재 뉴욕채널은 미 국무부의 로버트 랩스 한국과장과 장일훈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맡고 있다.
오는 10월 미국에서 개봉될 영화 ‘인터뷰’는 미 컬럼비아사가 3,0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할리우드 코미디다. 영화는 김정은 제1위원장과 단독 인터뷰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TV토크쇼 사회자인 연출가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주문으로 김 위원장 암살 작전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해프닝을 담는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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