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가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았던 것 같아요."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단지와 학교 인근에서 발생한 소방헬기 추락 사건을 눈으로 목격한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조종사가 참사를 막기 위해 끝까지 조정간(스틱)을 놓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현장 인근에 사는 김모(53)씨는 "헬기가 추락한 곳으로부터 10여m 떨어진 곳에 학교와 고층 아파트 단지, 단독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조금만 방향이 틀어졌어도 대형 인명피해를 입을 뻔 했는데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두두'하는 소리가 점차 굉음으로 변해 '무슨 일인가' 싶어 사무실 밖으로 나가봤더니 4∼5초 사이에 '꽝'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헬기가 추락 직전까지 낮게 비행하다 사람이 없는 큰 도로변 옆으로 떨어졌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종사가 탈출보다는 안전한 추락장소를 찾았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목격자 김모씨도 "추락할 때 헬기가 낮게 비행하다 '팍팍팍팍'하는 소리와 함께 인적이 없는 곳으로 떨어져 폭발했다"고 전했다.
김씨도 "헬기 머리 부분부터 떨어졌는데 현재는 형체조차 알 수 없다"며 "개인적 판단으로는 조정사가 인구밀집지역을 피해가기 위해 끝까지 조정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근 연립주택 건설현장 소장은 "25층 짜리 아파트 단지 중간을 지나서 건설현장 크레인을 피해 수직 대각선으로 낙하했는데 앞에는 아파트, 좌우 측에는 학교가 있으니깐 조종사가 이를 보고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학교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오동진 전남소방항공대장은 "헬기 조종사는 비상 상황시 민가나 대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회피해서 불시착하는 게 기본"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상여건 탓인지, 기체 결함 탓인지, 장애물에 걸린 것인지 알 수 없고, 메인로더(rodder)와 체인로더가 어떤 상태였는지 파악해 봐야 하지만 2차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볼 때 조종사가 위험지역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비행운행 기록 등은 토대로 사고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파악할 예정이다.
한편 사고 헬기는 세월호 수색 현장 지원을 마치고 복귀하던 강원 소방1항공대 소속 소방헬기로 이날 오전 10시54분께 광주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변 인도로 추락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기장 정모(52) 소방경, 부기장 박모(50) 소방위, 정비사 안모(38) 소방장, 구조대원 신모(42) 소방교, 이모(31) 소방사 등 5명이 전원 사망했다.
또 사고 당시 주변을 지나가던 고등학교 3학년 박모(18)양이 헬기 파편에 다리를 맞아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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